북미주에 세운 우리의 포부

삼천 미터 상공을 날아 시간의 경계를 넘었다. 봄볕보다 따뜻하고 달디 단 꿀처럼 끈끈한 동문 선배님들의 손을 부여잡았다.
우리는 로스앤젤레스의 습기 없는 선선한 공기 속에서 웃으며 이야기했다. 낯선 이국땅에서 타인과 현재를 소통하고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어찌 굉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 손가락 마디마디에서 심장이 뛸 만큼, 동문 선배님들과의 만남은 너무도 뜨거운 것이었다. 고국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있는 그분들의 삶의 거리는 문제가 될 수 없었다. 나는 세상 누구보다도 진한, 삶의 기운을 이국의 공간에서 숨쉬고 있는 선배님들에게서 느낄 수가 있었다.
감사하게도, 우리들은 선배님들로부터 두레박으로 길어 올려지는 우물물처럼 찰랑찰랑한 동문의 힘과 애정을 받았다. 가슴 하나 가득 태양의 조각들을 품고 계신 듯한 선배님들의 마음이 앞으로 천천히 먼 길을 걸어 나가야 할 우리들의 발밑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나는 우리들 나이의 배를 뛰어넘는 시간의 추억을 공유하며 새삼 우리가 이렇듯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것은 손에 쥔 상형문자처럼 선이 분명하고 결이 고운 기억으로 남았다.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뉴욕을 거쳐 워싱턴까지 크고 거대한 대륙을 보고 느끼며, 우리의 걸음걸이가 이토록 경쾌할 수 있다는 것이 신비로웠다. 타국의 땅은 깊고도 웅장했다. 매우 밝고 환한 공기를 뿜어내는 대자연의 경관은 기이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여행을 함께 한 스물 한 명의 희망과 포부는 북미주 대륙의 도로 곳곳에서 마주친 이정표처럼 굳건히 세워졌으리라고 나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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