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인 여행전문웹싸이트 론리플래닛(www.lonelyplanet. com)이 세계 167개국의 배낭여행자 2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가장 가고 싶은 곳은 호주, 칠레, 브라질, 뉴질랜드, 인디아의 순이었고,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꼽은 나라는 호주, 이태리, 태국, 뉴질랜드, 프랑스의 순이었다. 응답자의 절반이상은 이미 세계 11개국 이상을 여행한 경험자들이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배낭여행이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개인의 가치관과 윤리관 확립에도 도움을 주었다고 응답하는 등 배낭여행은 이미 여행의 새로운 추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2004년 한 해 동안 약 420만명의 외국인이 관광 및 상용 목적으로 한국을 다녀갔고 약 600만명의 내국인이 같은 목적으로 출국했다. 관광수지 적자나 내국인 관광객의 초과 현상은 이미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그러면 얼마나 많은 배낭여행객이 한국을 방문하고, 얼마나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외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날까.
이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국정홍보처의 발표만 보아도 적어도 수만명의 학생들이 매년 배낭여행을 떠나며 외국유학생까지 고려한다면 만만치 않은 수의 젊은이들이 세계로 향해 떠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충격적인 사실 한가지는 세계의 배낭족들에게 한국은 배낭여행의 오지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한 관광전문가는 그 원인으로 열악한 인프라와 단조로운 관광상품을 꼽는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배낭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게스트하우스(Guest House)는 서울과 경주 등 전국을 합쳐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고 그마저 운영난을 겪고 있다. 그에 따르면 배낭여행 시장은 장기적으로 관광상품의 다양화, 관광목적지 다변화, 고급 체험상품의 개발 등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투자해야 하는 부문인데 우리는 이를 매우 소홀히 하고 있으며, 관광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일수록 배낭여행객을 유치하여 입소문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한편 호스텔예약싸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여행전문가 김 씨는 색다른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해마다 수만명의 학생이 외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나고 있지만 세계 어느 곳의 유스호스텔을 둘러봐도 한국학생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진짜 배낭여행은 유스호스텔에서 시작되는데도 말이지요. 그리고 한국학생들은 여행기간 내내 김치맛을 잊지 못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을 찾고 한국학생들끼리 유명 여행책자에 나와 있는 판에 박힌 루트만 따라다니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는 역설적으로 배낭여행에 나선 한국학생들이 제대로 된 배낭여행을 한다면 한국이 배낭여행의 오지라는 불명예를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배낭여행에 나선 한국의 젊은이들이 새로운 정보를 얻고 외국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외국의 배낭여행자와 접촉하는 기회를 늘려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호텔이나 민박집보다는 유스호스텔, 그것도 1인실이 아닌 도미토리식 룸에 묵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충고한다.
단조로운 프로그램으로 한계를 맞고 있는 한국의 관광산업이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집중된 관광객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다양하고 질 높은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런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배낭여행시장을 키워야 하고, 특히 관광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일수록 배낭여행객을 유치하여 미래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배낭여행에 나서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배낭여행에 관한 생각을 바로잡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국정홍보처도 작년 여름 해외로 나가는 배낭여행객을 활용해 ‘한국 바로 알리기’ 캠페인을 실시한 바 있다. 캠페인은 배낭여행객들에게 ‘Dynamic Korea(다이나믹 코리아)’가 새겨진 티셔츠와 모자, 배지 등을 무료로 제공해 배낭여행객이 직접 입거나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홍보를 할 수 있도록 진행했다. 국정홍보처는 “한해 배낭여행객이 3만~4만명에 이르는 만큼 ‘움직이는 홍보 메신저’로서 해외에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국가이미지를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연 언제쯤 한국은 배낭여행의 오지라는 불명예를 벗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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