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 쟁점은 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의 개정 여부다. 경찰은 국민 편의와 수사의 효율성을 감안할 때 사법경찰관을 수사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검찰은 수사기관의 이원화를 막고 인권보장을 위해선 검사의 수사 지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찬·반 여론을 들어보도록 하자. 편집자

인권침해로부터 국민보호
지난 해 9월 검찰과 경찰의 실무대표로 구성된 검경수사권조정협의체가 발족되었다. 이 협의체는 지난 해 12월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35개 안건에 대해 논의한 결과 19개 안건에 잠정으로 합의했고, 양측의 입장차가 큰 경찰에 대한 독자적 수사권 부여,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상명하복관계가 아닌 상호협력관계로의 재정립 등 6개 안건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기 위해 학계 등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를 발족하였다.
형사소송법은 수사의 주체를 원칙적으로 검사로 규정하고,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 측에서는 현재의 수사구조가 형사절차전반에 걸쳐 검찰에 수사권이 집중된 형태로서, 권력기관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검찰권의 남용을 막고 불필요한 이중수사를 제거하여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법경찰관의 수사주체성을 인정하고 상호 대등한 협력관계에서 서로를 감시하고 견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검찰 측에서는 검찰의 수사지휘는 수사의 효율성과 통일성을 제고하고 경찰수사의 합법성과 공정성을 보장함으로써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검찰에서는 경찰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게 될 경우 최근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형사재판의 공판중심주의와 검찰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배제 등과 맞물려서 검찰수사권이 근본적으로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일방적인 지배·종속관계를 수평적·균형적 관계로 바로잡아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의 남용을 막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치국가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대의명제에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검찰권의 남용에 대한 통제가 곧바로 경찰수사권의 독립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찰은 일본처럼 지방분권화가 되어 있지 않고 단일체인 국가경찰체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규정과는 달리 실무에서는 대부분의 사건에서 경찰관이 먼저 수사를 행하고 검사는 경찰관의 사건송치를 받아 수사하는 방식으로 수사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경찰은 경미사건에 대한 즉결심판청구권과 관행에 의한 훈방권까지 행사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과 달리 즉결심판사건 및 훈방사건에 대하여 검사에게 보고하는 부담도 지고 있지 않다. 또한 일본에서는 사법경찰원이 피의자를 체포한 때에는 48시간 이내에 서류 및 증거물과 함께 피의자를 검찰에 송치하여야 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찰은 10일간 피의자를 유치장에 구속하여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경찰 수사권 독립의 문제는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의 배제라는 측면에서가 아니라 검찰이든 경찰이든 전체 수사권의 조정이라는 차원에서 합리적·이성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문제이다. 검찰권의 남용과 공정성이 문제되었을 때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 이를 시정했던 일을 거의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 국민으로서는, 검찰권 남용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불식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에게 독자적인 수사권을 부여함으로써 초래될 수 있는 경찰권의 남용에 대한 우려를 또다시 떠안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태명(법과대 법학과 교수)

국민위한 후속개혁 계속
1996년 어느 날 필자의 집으로 송파경찰서 수사과로부터의 소환장이 날아왔다. 필자가 출두해서 알게 된 사실은 필자가 살고 있던 아파트관리에 연관된 비리를 정화하는 과정에서 전임 동대표 중의 한사람의 명예를 홰손했다는 것이었다.
경찰서에서 ‘무려 3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신문조서를 꾸몄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2주정도 지난 후에 서울 검찰청 동부지청에서 다시 소환장이 날아와 떨리는 가슴으로 또 다시 3시간 이상 조사를 받았으며, 종당에는 ‘무혐의’처리 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경험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이처럼 형사사법단계에서 이중의 고통을 당해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 수사체계에서는 사건이 경미하여 경찰수사관계에서 종결할 수 있는 사건들도 검찰에 송치되어 재조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수많은 시민들이 필자처럼 고통스런 경험을 하게 되고 형사사법절차나 기관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수사절차가 현실적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고통을 줄 가능성이 크다면 이러한 법리적 근거를 들이대더라도 현재의 수사관행을 정당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검찰이 수사권을 독점하므로써 빚어지는 또 다른 사회적 병리는 검찰의 권력적·금전적 부패라 할 수 있다.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한 피의자들이나 그 가족들은 검찰을 상대로 로비를 하게되고, 여러 가지 인맥을 동원하여 검찰서기들을 접촉하게 되면 열번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듯이 이들이 부패하게 되며 종당에는 검사들도 부패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검사와 판사의 입직경로가 동일하기 때문에 검사와 판사의 정부계층적 지위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가 동일하게 인식된다는 점이 문제다. 즉,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교육을 이수하면 검사로 진출할 수도 있고 판사로 임명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검찰을 사법기관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이 권력적으로, 금전적으로 부패되면 국민들은 사법부가 부패한 것으로 인식하여 형사사법기관 전체를 비난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 법의식과 준법정신이 약화되고 비행자나 범죄자에 대한 비난자(경찰, 검찰, 법원)를 비난하므로써 비행이나 범죄, 불법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커지는 사회적 결과를 초래하여 변칙이 난무하고 비행문화가 만연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논거에서 볼 때 해묵은 경찰자질론으로 수사권조정문제를 해결하려는 검찰의 자세는 올바른 접근방법이 못된다. 따라서 검찰은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수사권 조정문제에 임하여야 하며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수사관행을 바꿀 때가 되었음을 자인해야 한다.
한편 경찰도 ‘경찰대학’을 통해서 수사권을 획득하겠다는 식의 변칙적 접근을 떨쳐버리고, 실제 수사에 임하는 비간부 수사경찰관들의 자질을 향상시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하는 사례들을 일소하므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고 경찰수사권의 독립을 정당화 할 수 있는 정공법을 택하여야 할 것이다.

김보환(사회과학대학 경찰행정학과 교수·
한국경찰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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