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 베로니카가 말하는 자살론과 그 당위성은 삶에 대해 굉장한 애착과 자살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갖고 사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도 자살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
그런 식의 회의는 누구나 한번은 느낄 수 있는 문제다. 단지 구체화의 정도와 깊이 그리고 그 해결책의 차이에서 자살이냐, 체념이냐, 망각이냐가 결정될 뿐이다.
책을 읽을수록 자살은 베로니카만의 논리의 틀에서 벗어나 좀더 현실적이고 포괄적인 면으로 확장된다. 베로니카의 굳은 의지만큼이나 자신의 결심에 대한 회의와 삶에 대한 미련이 언뜻 언뜻 커져가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읽는 이 또한 자살의 현실성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자살을 이해한다는 것은 ‘왜 자살을 해야 했나’ 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차츰 삶의 의미도 생각 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다. 베로니카의 심리적 변화와 그 변화를 가져다주는 계기를 살펴보면서 차츰 코엘류가 생각하는 삶의 의미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
이 책을 다 읽을 때쯤 중학생때 지구과학 수업을 듣다가 우주의 광범위함과 혼돈 그리고 확률에 대한 얘기와 함께 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물학·철학적인 궁금함이 한꺼번에 떠오르며 현기증이 났었던, 그 하찮음과 소중함을 동시에 느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계속 생각하기에는 너무 광범위하고 무거운 주제였기에 당장에 포기해버렸지만 굳이 거대한 우주 같은 것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소중한 사람들과 앞으로의 가능성 같은 것을 생각해 보면 지금으로서의 나에겐 삶의 의미가 충만한 듯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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