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윤인영(국제4) 학생이 지난 3월 16일부터 6개월간 필리핀 톤도에서 세계청년봉사단 활동의 일환으로 빈민촌 아이들을 위한 교육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에 우리 신문에서는 윤인영 양의 현지 봉사활동과 관련한 수기, 활동 사진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이 곳에 온지도 거의 한달이 되어 간다.
이젠 이곳의 시큼한 공기, 누런빛의 물, 물을 받아 내려야 하는 뚜껑 없는 변기에도 익숙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처음 이 곳에 왔을 때에는 생각보다 좋지 않은 상황에 놀랐었다.
특히 이 곳은 물이 안 좋다. 물에서 냄새가 나는데, 심할 때에는 수도의 물을 사용하는 대신, 미리 받아놓은 물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물의 상태 또한 좋은 것은 아니다. 막 이곳에 왔을 때 물의 상태가 아주 심각했었다. 그래서 받아 놓은 물을 사용했는데, 저 밑에서는 올챙이처럼 생긴 작은 물체가 헤엄치고 수면에는 먼지와 이물질이... 하지만 무더운 날씨는 이런 물의 상태를 잊게 만들었다. 워낙 땀이 나기에 씻을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한국이었다면 아마 시도조차 못했을 것을!
이 곳에서는 한국에서 듣기만 했던 시큼한 공기를 항상 맡을 수 있다.
시큼한 공기의 발원지는 내가 머물고 있는 기관 가까이에 있는 smoky moutain(쓰레기산). 내 방은 기관의 옥상에 있는 옥탑방이라서 바람이 잘 분다. 따라서 쓰레기 산으로부터 바로 전해오는 상큼한(?)공기 또한 풍부하다. 때때로 냄새가 심한 날이 있는데, 처음에는 견디기가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하게 되어있다는 말이 맞는 듯.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길에는 쓰레기와 배설물이 아무렇게 나뒹굴고, 고여 있는 물은 아주 검다. 그래서인지 파리와 모기가 아주 많다.
또한 이곳의 바퀴벌레는 슈퍼사이즈다. 한국의 바퀴벌레의 5~6배의 크기이다. (큰 매미와 비슷한 크기?) 때론 날기도 한다는데, 아직까지는 기어 다니는 것만 보았다. 언젠가는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난 도마뱀과 동거중이다. 아주 작은 도마뱀을 벽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내방에도 여러 마리가 있다. 사람을 해치지는 않고 오히려 사람을 무서워해서 소리라도 내면 바로 도망가는 녀석이다.
하지만 이곳의 사람만큼은 아주 좋다. 내가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한동안 아이들이 기관의 대문에 매달려 “ate inyoung! ate!!”(ate:우리나라로 치면 언니, 누나)을 연신 외쳐대며 나를 반겼다. 제대로 나의 이름을 발음하지도 못하면서 나를 보려고 그저 외쳐대는 꼬맹이들이 귀엽고 또한 고마웠다. 동네사람들 또한 누군지도 잘 모르는 낯선 이방인을 어찌나 반갑게 맞아주는지 말은 잘 안통해도 그들의 진심은 느낄 수가 있었다.
따뜻한 사람들 덕에 이 곳의 특별한(?) 환경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또한 한국을 그리워할 틈 없이 톤도 발룻의 주민이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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