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동문은 본교 주최로 일년 앞둔 건학 100주년을 빛내기 위해 북극점 등정을 시작했다. 이에 본사에서는 동아닷컴에 협조를 구해 최근의 근황을 전하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공기원을 부탁드린다.

▶ 3월 26일 원정 18일째 : "온 몸이 만신창이다. 죽을힘을 다해..."
기온을 알려주는 베이스캠프가 야속해 "왜 이렇게 춥냐?"고 괜한 고함을 쳤다. 영하 55도라고 한다. 박대장과 정찬일 두 사람 코가 동상에 시달려 색깔이 짙어지더니 오늘은 아예 물집이 생겨났다. 이게 없어지면서 마치 미이라처럼 수분이 빠져 말라버리면 속수무책인데 걱정이다.
▶ 3월 27일 원정19일째 : "오늘은 북극도 휴업이다"
일단 텐트를 치고 화이트아웃이 거치길 기다렸다. 오후 2시까지 운행복을 입은 채 쪼그리고 앉아 기다렸지만 상황이 좋아질 기미가 없다. 오늘은 임시 휴업이다.
대원들 모두 그동안 얼어붙었던 신발 말리기에 나섰다. 아니 굽는다는 표현이 더 알맞을 듯 하다. 화력좋은 버너불에다가 신발을 이리저리 가져다가 돌린다. "아이구, 큰일났다." '휘~익'하는 버너 소리만 요란한 텐트 안에서 박대장이 소리를 친다. 신발을 너무 구워서 쪼그라들었단다.
▶ 3월 29일 원정 21일째 : "드디어 85도를 넘어섰다"
드디어 북위 85를 넘어섰다. 만 20일만이다. 한가지를 이뤄놓으면 항상 밀려오는 그 무엇…. 그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남극으로 북극으로 히말라야로 돌아다니는지 모르겠다. 이제 걸어온 길이가 겨우 200여 Km. 앞으로 최종 목적지 북극점까지 550Km도 더 남았다.
아직 날씨가 혹독하게 추워서인지 완전히 시커먼 바닷물이 다 드러난 그런 리드는 만나지 못했다. 발을 옮길 때마다 휘청휘청한다. 한마디로 고무얼음이다.
▶ 3월 31일 원정 23일째 : "그냥 나도 저 비행기 타고 갈까?"
10시쯤 됐을까? "왔다"라고 외마디를 지르기도 전에 비행기는 야속하게 우리를 지나쳐 북으로 날아가 버렸다. 12시 다시 비행기가 나타났다. 그런데 우리 머리 위를 뱅뱅 돌기만 하고 내려앉을 생각을 안한다. 불어오는 불안감. 한 20분을 선회하던 비행기는 활주로에서 동으로 500m 이상 떨어진 곳에 결국 내려앉았다. 13개의 큼직한 가방에 담긴 짐은 총 408Kg. 이걸 낑낑거리며 텐트로 가져왔고 또 보낼 짐을 비행기까지 질질 끌고 갔다. 보급품! 아, 쳐다보고 있기만 해도 흐뭇했다. 1도 전진할 때마다 축배에 쓸 귀중한 위스키, 응원의 편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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