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11일 (원정 2일째) “온도계 모두 고장나”
밤새 텐트에서 대원들 끙끙거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마치 이글루에 있는 것 같다. 밤새 북극 얼음판에서 온도계가 견디지 못하고 2개 모두 고장났다. 경험상 영하 40도 정도인 것 같다. 썰매를 끌기 위해 멘 벨트를 20번도 넘게 풀었다 매었다를 반복했다. 이거 풀려면 두터운 장갑을 벗어야하는데 그 때마다 체온을 잃어 손가락이 잘라져 나가는 것 같은 고통이 따른다.
◇ 3월 15일 (원정 6일째) “밤새 2.55㎞ 이동했다”
남풍이 불어서 우리가 텐트를 친 커다란 얼음덩어리가 바람을 타고 북쪽으로 올라왔다. 밤새 2.55㎞를 이동했다. 바닷물이 그대로 드러난 리드는 썰매를 두 대씩 연결해 보트를 만들어 건넌다. 이도 힘들 때는 이번에 구비해온 서바이벌 수트를 입고 건넌다. 신발을 벗지 않고 그대로 운행복 위에 입을 수 있고 물에 들어가면 공기가 안쪽에 차서 둥둥 뜬다. 영하 40도 이하의 추위 속에선 바닷물이 오히려 따뜻하다. 앞장서서 길을 인도하던 박대장이 오른발을 ‘푹’ 리드에 빠트렸다. 잠시 후 또 박대장이 이번엔 왼발을 리드에 담궜다.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동상의 위험이 있다. 하지만 박대장은 계속‘go'다.
◇ 3월 20일 (원정 11일째) “과감하게 앞으로 앞으로”
지난밤 텐트를 친 곳은 난빙 한복판이다. 중간 중간 큰 난빙들을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살짝살짝 우회해서 통과하자 난빙이 줄고 구빙대가 나타났다. 북극의 얼음은 편의상 새로 생긴 신빙대와 구빙대로 구분한다. 새로 생긴 얼음은 삐쭉삐죽 솟은 모습에서 패기가 느껴지지만 아직 그 토대가 약해 어디서 균열이 올지 모른다. 구빙대는 말 그대로 산전수전 다 겪은 오래된 얼음이다.
◇ 3월 21일 (원정 12일째) “원정 중 가장 추운 날”
너무 추워서 도저히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다. 숨쉬는 것 자체가 벅차다. 숨 한번 코로 내쉬면 콧털에 재빨리 물방울이 맺혔다가 찬 공기를 들이쉬면 얼어붙기를 반복한다. 콧김에 얼기 시작해 얼음 덩어리가 돼 무거울 정도다. 추위에 대적할 버너를 함부로 킬 수도 없다. 몇 번 리드에 빠져 옷을 말리느라 추가로 사용했기 때문에 이달 30일까지 쓸 분량 밖에 없다. 예정된 보급일이 28일이다.
◇ 3월 25일 현재 (운행 16일째) “魔의 북위 84도 넘었다.”
22일 15.54㎞를 주파하며 ‘마의 84도’를 넘어선 뒤 24일 16.46㎞로 하루 이동거리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루 평균 15㎞ 이상씩 전진했는데 원정 시작 첫 열흘 동안 평균 7.1㎞를 나아간 것에 비해 2배나 빠른 속도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예정(5월 6일)보다 빨리 북극점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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