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라! 떨쳐 일어나라!… 끊임없는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길

소수 의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회. 차이점을 인정하고 포용할 줄 아는 사회. 이는 바로 우리가 갈망하는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이다. 하지만 ‘소수자의 인권’을 너무나 손쉽게 묵살해버리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인권영화제’에서는 ‘아시아 민중의 인권현장’을 주제로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아낸 ‘저항의 영사기’를 마주할 수 있어 반갑다. 인권영화제는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던 관객의 바람을 기억하며 어느새 10돌을 맞아,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풍성하게 열렸다. 행사를 주관한 인권운동사랑방은 “전쟁과 분쟁, 일상에 파고든 가난과 차별, 소외 속에서 ‘살아있는 침묵’을 강요받고 있는 아시아 민중의 일상을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늘 도망칠 준비를 해야 하죠. 내 땅에서 살고 싶지 난민이 되고 싶지 않아요”
초국적기업의 제3세계 지원개발사업이 현지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생생히 기록한 ‘책임회피’. 이 영화는 버마 야다나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과정에서 군부가 저지른 강제노동, 강제이주 등의 인권침해를 증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밀레나 카네바 감독은 “버마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서 상영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소송은 이겼다고 할 수 있지만 이것은 작은 승리에 불과하다”고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관객 이주영(한예종 방송영상과4)씨는 “전공과 관련이 있어 관람하게 됐는데 감독과의 대화나 이야기 한마당 등 부대 행사들이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인권영화제는 감독과의 대화와 돋움행사인 문화캠페인이 함께해 더욱 알차다. 문화캠페인은 △사진전 △영화 밖 이야기마당 △작은 음악회 △황새울 영화제로 꾸려져 관객들과의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이야기마당에서 국제지구권리 활동가 캐롤 랜슬리 씨는 버마의 전례와 유사한 국내 기업의 가스개발 협정 사례를 예로 들며 문제점을 꼬집었다.
또한 인권영화제는 ‘무료상영’의 원칙을 고집하여한결같이 달려왔다. 때문에 이를 두고 인권영화제 관계자들은 우스갯소리로 ‘10년 동안의 사은행사’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누구에게나 영화 볼 권리를 보장하기위해 변함없이 지속되어 왔다. 더불어 ‘장애인 접근권 확보를 위한 노력’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시각장애인=화면해설, 더빙, 점자리플렛 발간 △청각장애인=우리말 자막, 수화ㆍ문자 통역 △지체장애인=경사로 설치, 활동보조인 배치를 통해 그들과 함께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애초에 정권 탄압에 대항하는 통로로 출발한 투쟁의 장. 독립 다큐멘터리의 가치를 재확인시켜주고 결산하는 자리. 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해 골몰할 수 있는 소통의 장소. 이처럼 인권영화제의 가치는 단순한 영화제 그 이상이다. 보편적인 인권에만 주목하는 것에서 벗어나 아시아를 조망하고 그 속에서 한국의 현실을 반성하는 자리로까지 거듭났다. 그동안 지속적인 자기발전을 일궈냈듯이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민으로 전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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