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사람의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예술에 의해 자극받은 감성은 이성에 비해 훨씬 주관적이고 실존적이기에, 개개인의 감정에 영향을 미칠뿐더러 그 감정 또한 각기 다르다. 또한 예술은(특히 현대 예술은) 예술 그 자체로의 존재적 숭고를 느낄 수도 있다. 예술의 의미가 대상에 담겨 있다기보다는 존재 자체로의 압도감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예술이라는 체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는 ‘음악’이다. 본래 난 어떤 종류의 예술작품이든지 감상하고 있는 시간은 그 예술작품과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룬다.(물론 예술작품이 나에게 말하는 바는 나의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다.)
그러나 음악은 다른 종류의 예술작품보다 나의 감성을 더 자극한다. 이유는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시각보다 청각에 호소한다는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 난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화예술인으로 일본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류이치 사카모토’(이하 류이치)를 꼽을 수 있다.
모순적인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난 피아노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하지만 이런 식견에서라도 류이치의 음악은 다양한 피아노의 음을 사용하여 피아노라는 악기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고 생각한다. 피아노라고 생각하면 암묵적으로 떠오르게 되는 이미지는 일반적으로 아름답고 잔잔한 분위기일 것이다.
하지만 류이치는 이런 곡만이 아니고 저음을 사용한 우울한 분위기 또한 완벽하게 나타내었다. 때문에 그의 곡은 인간감정의 모든 것을 집대성하여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즐거움뿐만이 아니라 우울한 기분, 긴장감, 두려움, 몽상에 잠긴 기분 등의 다양한 감정들을 피아노 음악을 매개로 하여 잘 드러냈다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특히 그의 곡인 ‘rain’이나 ‘Merry Christmas MR.Lawrence’는 류이치식의 특유한 기법과 감정표현을 극명히 드러내고 있고, 그렇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피아노 건반 하나하나에는 인간의 감정이 숨겨져 있다. 그렇기에 피아노 곡 하나는 그 감정들의 집합체이다. 나의 내면화된 감정들을 피아노 소리에 이입시켜 뿜어져 나오게 할 때에 나는 그 무엇보다도 큰 감동을 느끼게 된다. 류이치의 곡은 나의 숨겨진 감정과 피아노 건반 속 숨겨진 감정들을 일치시킴으로써 나에게 정서적 해방감을 안겨준다. 타인의 감정의 통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뛰어난 재능이다. 나의 감정의 통로는 류이치가 열어주었다. 이것이 내가 그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고 재 현
(사범대 교육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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