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시대의 화두(話頭) 가운데 하나가 소위 버블세븐 어쩌고 하는 지역의 집값잡기이다. 학군 조정이나 특목고 신설 등으로 집값을 잡으려는 걸 보면 교육이 부동산 정책의 부속품 정도에 불과한 것 같기도 하다. 국가 백년지계의 지표가 되기는 고사하고 집값을 잡는 도구로 쓰이는 현실이고 보면 교육은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없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마인드맵(mind-map) 형식으로 장래 꿈의 설계도를 그려보는 활동을 해보았다. 다양한 주제로 꾸며진 학생들의 미래 설계도는 저마다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었다. 어떤 학생은 구체적으로 10년 후 해외의 어느 연구소에서 일하는 과학자의 꿈을 제시하기도 했고, 장차 의사가 되어 난치병을 앓고 있는 부모님을 치료해드리겠다는 애틋한 소망을 지닌 학생도 있었다.

그런데 적지 않은 학생들이 경제생활과 재테크 분야의 장래 꿈 설계를 ‘땅 사서 10년 묻어두기’, ‘뉴 타운 예정지에 허름한 집 한 채 사두기’, ‘신도시 아파트 분양신청하기’ 등 부동산 관련 항목들을 구체적으로 챙기고 있었다. 그리고 ‘로또 복권 매주 구입하기’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그런 것들이 얼마나 강한 인상을 주었으면 그랬을까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답답했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투영하고 있는 그들의 꿈 설계도를 보고서 현실감각이 있다고 칭찬할 수도 허황된 꿈에 매달리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잡아함 편영경’에는 채찍의 그림자만 보아도 달리는 현명한 말이 있는가 하면 채찍에 맞아 가죽이 찢어지고 뼈가 드러나야 달리는 어리석은 말이 있다고 하였다. 학생들이 땅 투기나 로또 당첨에 미래의 희망을 거는 현실이 말의 가죽을 찢어 놓기에 충분한 채찍이 아니라고 강변할 수 있겠는가.

학생의 배움은 어른을 모방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자신들의 일상으로 체화되는 과정을 수반한다. 도대체 어른들은 언제까지 ‘바담 풍’을 계속하면서 아이들에게는 ‘바람 풍’하기를 바랄 것인지.

아직도 채찍이 더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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