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과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언도받았다. 그는 대전, 전주 교도소에서 20년간 복역하다가 1988년 8·15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하였고 지금은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중·고등학생 추천도서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그가 감옥에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엽서)를 모아 출판한 책이다. 그 내용은 짤막짤막 전개되지만 그가 감옥에서 느끼고 생각한 ‘인간’과 ‘이웃’에 대한 새롭고도 깊숙한 통찰을 엿볼 수 있다.
나에게는 2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절망적인 공간에서 자신의 영혼을 가다듬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내가 신영복교수의 저서를 읽으면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사람은 이웃과 함께 살아간다’는 그의 생각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책에서 감옥에서 만난 ‘사람들’은 인간에 대한 그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감옥에서 한 방을 쓰는 동료들과 몇 년씩 하루 24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다보면 그 사람의 역사, 가족, 처지 등을 총체적으로 접하며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는 감옥에 들어오기 전 머릿속에 책을 가지고 구성했던 사회론이 아닌, 가장 소외된 밑바닥 인생을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을 통해, 사회에 숨겨진 모순구조를 통해 사회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음을 소중한 기회로 받아들였다. 빨치산, 북한 안내원, 북한 정치공작원, 그리고 광복 전후 격동기를 살았던 노인들을 만났고 그들의 삶을 통해 역사를 다시 ‘읽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진정한 지성인이란 어떤 것일까?”라는 질문을 그는 ‘실천’으로 이야기 한다. 한 사람이 사회의 기본적 모순의 한복판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을 때 가장 ‘정직한 나무’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신영복교수가 교장으로 있는 ‘더불어 숲’학교의 활동은 그가 실천하는 지성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행하고 있다고 보여주는 것이다.
신영복교수의 삶에 비추어 생각할 때, 한 사회의 지성인으로서 올바른 자신의 역할을 찾기 위해 대학에서 배움을 행하는 우리들이 얼마나 올바른 현실에 발을 담그고 있는지, 얼마나 올바르게 실천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끔 한다.
서예가로도 유명한 신영복교수가 자신의 인생을 써놓은 듯한 ‘더불어 한길’이라는 문구를 생각해 보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낮추는 것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김동주 정치학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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