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한·중·일 3개국은 지리적으로 서로 밀접하게 위치한 데다 동양의 문화를 선두적으로 이끌어가는 존재로서 문화를 상호 교류해왔다. 지난해 절정을 이룬 ‘한류열풍’은 한국과 중국, 대만, 일본의 문화가 과연 얼마만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서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상이었다. 이는 동북아 3개국의 문화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다소 ‘이상한’ 문화교류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표절’이다. 몇 해 전부터 음반, 게임, 방송 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우리가 일본 것을, 혹은 일본이 우리 것을, 중국이 우리 것 또는 일본 것을 ‘티 안나게’ 베낀다는 의혹이 높다. 특히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일본이나 중국 문화를 발빠르게 접하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러한 의혹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주안’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나라의 일본방송 표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올리는 게시판을 따로 하나 개설했을 정도다. 또한 ‘meiji1854’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지난해 자신이 직접 지상파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송사 본사를 찾아가는 등의 운동을 벌였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네티즌들의 움직임이 그냥 일부 네티즌들의 논란 또는 의혹 정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방송, 음반 등에 대한 표절 시비가 법적 문제로까지 이어진 경우는 매우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현재 방송위원회 심의규정 제33조 표절금지 항목에서는 “방송은 국내·외의 타 작품을 표절하거나 현저하게 모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표절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물적 입증을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방송은 공공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표절과 관련해 제기되는 많은 의혹에 대한 적당한 대안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점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언론시민연대의 이지혜 모니터부 부장은 “우리 방송상황이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구조적 인프라가 넓지 않고, 방송제작도 단기간에 기획·제작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원인과 이유에 대해 모두 분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제작자들의 도덕적 개선을 넘어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이 계속된다면 방송콘텐츠의 해외판매가 적극 이뤄지고 있는 요즘에 국내 방송의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게임분야에 대한 표절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카트라이더’ 등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들에 대해 표절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를 만든 게임회사들은 불명예를 안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일본의 게임회사 ‘코나미사’는 우리나라 게임 개발·유통업체인 네오플과 한빛소프트를 상대로 게임 ‘신야구’와 관련한 저작권 침해금지 소송을 냈다. 이는 일본게임업체가 우리나라 게임업체를 상대로 낸 첫 소송으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음반분야의 경우도 방송과 마찬가지로 표절에 대한 단정적인 판결을 내리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한류열풍에 따라 우리 음악을 중국·대만 가수가 번안·리메이크 해 부르는 경우가 흔할 뿐만 아니라 종종 표절논란이 제기되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중·일 3국의 문화가 보다 발전적으로 나아가려면 이러한 ‘표절 형식의 교류’는 적극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결과적으로 각 국의 문화 저해 현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표절에 대해 먼저 명확한 법적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요즘 학술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동북아 문화공동체 형성’의 바람직한 방향을 위해서는 각 국이 자국의 전통문화에 기반한 문화를 형성해 이를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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