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말, 처음 휴대폰이 출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전화’ 시대가 열렸다며 놀라워 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휴대폰은 국민 1인당 1대씩 소지할 만큼 상용화됐고, mp3 플레이어, 소형 게임기 등을 합친 단말기도 나왔다. 뿐만 아니다. 이제 휴대폰으로 TV를 시청하기에 이르렀다.
‘내 손안의 TV’는 바로 이러한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말이다. 이제 휴대폰 단말기로 위성방송이나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다. 바로 DMB를 이용해서다.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는 음성·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신호를 디지털 방식으로 변조해 휴대용 수신기에 제공하는 방송서비스이다. 위성을 이용해 전파를 보내는 위성DMB와 지상에서 주파수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보내는 지상파DMB로 나뉘어져 있으며, 시청자들은 휴대용 단말기와 차량용 단말기를 통해 이를 접할 수 있다.
지난 5월 위성DMB사업자 TU미디어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국내 최초로 위성DMB를 시작했다.
비디오 10개 채널과 오디오 25개 채널로 구성돼 방송 5개월째에 접어든 위성DMB는 고화질과 고음질을 자랑하며 지난 달 실가입자 11만을 넘어섰다.

영화·시트콤 등 제작 앞다퉈

DMB는 일반 TV와는 다른 콘텐츠로 이용자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다. 작은 화면과 이동성, 순간성이라는 DMB의 특성을 살려 짧게는 1분부터 길게는 30분 이상의 DMB전용 시트콤과 드라마,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있다. 시청자 참여가 보다 원활한 것도 DMB의 장점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는 DMB를 겨냥한 온라인 영화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 10여명의 감독이 합작해 10분내외 총 100여편의 영화를 제작, DMB 상영 이후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실제로 오는 8일까지 열리는 모바일 & DMB 영화제 ‘Mobile & DMB Fest2005’는 국내외 200여편의 작품이 출품되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영화제에서는 모바일 카메라폰으로 제작된 마이크로 무비와 셀프카메라 창작물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까지 지하중계망 구축 등으로 논란이 된 지상파DMB도 일단 오는 12월부터 무료 서비스를 실시하기로 지난 달 30일 전격 합의됐다. 방송은 먼저 서울과 수도권으로 시작하되, 차츰 지방까지 영역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비싼 단말기·사회 문제 고려돼야

이렇듯 DMB 관련 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아직 남았다.
가장 큰 문제가 단말기 비용이다. 일반 휴대폰 단말기 가격보다 약 1.5배 비싼 DMB 단말기는 일반인들이 선뜻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일반 휴대폰만큼 DMB 단말기가 상용화되지 않는 이상 가격을 내리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지하중계망 설치비 등 지상파DMB 무료화에 따르는 비용은 단말기 판매 수익에서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DMB 시대 개막에 따른 우리 생활의 변화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김관규(신문방송학) 교수는 “개인용 TV의 상용화는 개인이 고립적인 공간에서 TV시청을 가능하게 해 더욱 심각한 개인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TV시청이 가능해져 사람들간의 대화가 단절되는 현상은 문화적으로 매우 두려운 것”이라며 DMB 사회 도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내 손 안의 TV’ DMB는 점차 우리 사회의 떠오르는 매체로 주시되고 있다. 보다 새로운 것에 목말라있는 소비자는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콘텐츠에 매료된다. 하지만 그러한 목마름을 ‘시원하게’ 해소시키기에 DMB는 아직 부족한 구석이 많다. 저렴한 단말기, 옆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 마련 등의 방안이 DMB 보편화에 앞서 모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