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동장에는 축구골대가세개핸드볼골대가두개농구골대가여섯개
유니폼을 입은 아마축구단이 꼴연습을 하고 있다
층층이 쌓인 돌계단은 프로선수들처럼 거만히 누워 그들을 지켜보고
몇 몇 사람들이, 던져놓은 겉옷처럼 멋대로 앉아 응원을 한다

축구골대 옆으로 철판때기가 길게 버티고 있다
아마축구단의 미숙한 발놀림은 자꾸 철판때기로 공을 날리고
축구공은 농구골대를 통과했다가 핸드볼골대를 쥐어박았다가 붕,
신라호텔 꼭대기까지도 올랐다가 내렸다가

나는 대운동장이 훤히 보이는 돌계단 구석에 쪼그려 앉아
캡이 달린 모자를 쓰고 그들의 발놀림을 훔쳐보거나
축구공이 기성을 때리는 소리에 놀라거나
아마시를 쓰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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