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慈悲)를 덕목으로 내세우는 불교는 다른 종교나 사상 등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다. 이 점은 2600여 년 전 불교가 탄생하던 때도, 1700여 년 전 이 땅에 불교가 처음 전해지던 때도,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불교는 우리나라에 전래되면서 민속신앙을 포용했는데 절에 가면 대웅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신각과 칠성각이 바로 그 증거다.
산신각의 주인공은 산과 사람을 보호한다는 산신령이고 칠성각의 주인공은 길흉화복을 준다는 북두칠성으로 모두 우리 조상들의 숭배대상이다. 불교 역시 우리 민족의 생활풍속에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지금도 우리의 언어생활에 있어 교수, 강사, 강의, 강당, 공부(工夫), 찰나(刹那),불가사의(不可思議),‘의식(意識)’,‘야단법석(野壇法席)’이나‘장로(長老)’등 수많은 말들이 불교로부터 유래하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사실을 모를 정도로 깊이 베어있다.
지명과 산 이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면 서울은 서라벌에서 유래하는데 서라벌은 원래 불교 경전에 나타나는 실라벌(室羅筏)의 음역에서 왔고 안양시의 안양(安養)은 극락을 의미하는 불교의 말이고 금강산이나 무등산 등의 대부분의 산이름이 들어서면서 불교의 중요 용어들이 채택되어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다.
또한 현재 장려되고 있는 ‘화장(火葬)’은 인도에서 예로부터 내려오던 장례법이었는데 2600여 년 전의 붓다의 유체가 다비(茶毘:성자나 수행자의 화장을 말함)된 이후로 불제자인 스님들의 전통이 되었기 때문에 불교의 전래와 더불어 중국, 우리나라, 일본에 차례로 소개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묘지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매장은 줄어들고 화장은 늘어난다니 불교의 덕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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