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학술 키워드’ 는 21세기 화두가 되고 있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에서 키워드를 선정해 이를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 등 여러 학문분야와 결합시켜 다양하게 해석해 보는 코너입니다. 키워드 선정에 대한 좋은 생각이 있으신 분은 동대신문 홈페이지(www.dgupress.com) 자유게시판에 의견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현대 물리학이 20세기에 등장하며 과학발전을 주도하였다고 생각한다면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완결에서 21세기의 과학의 방향이 정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생명공학과 정보통신과학은 앞으로의 인류사회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1990년 미국을 중심으로 15개국이 함께 시작한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는 인간이 가진 모든 유전자(gene)의 위치와 염기서열을 밝히기 위한 연구계획으로 2001년 2월12일 인간 게놈 지도 완성(99%)을 공식 발표하고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그때까지 10만여 개로 추정되던 인간의 유전자가 2만6천에서 4만개로 밝혀졌다는 것을 공식화하였다.

게놈과 프로테옴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인 게놈(genome)은 한 생명체가 지니는 유전자 세트를 말한다. 게놈은 생명현상의 유지 및 모든 형질의 발현에 필요한 하나의 단위로 ‘생명현상을 결정짓는 유전자들의 총 집합체’라고 정의한다.
인간의 염색체는 22쌍의 상염색체와 1쌍의 성염색체, 즉 23쌍의 서로 다른 염색체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때 23개의 염색체 세트를 게놈이라 하고 n으로 표시한다. DNA(deoxyribose)는 아데닌(adenine:A)·구아닌(guanine:G)·시토신(cytosine:C)·티민(thymine:T) 등 4가지 염기의 다양한 조합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유전정보 물질을 담고 있다. 이 조합은 각 염기에 따라 4종류의 뉴클레오티드를 가진다. 이 4종의 뉴클레오티드(necleotide)가 무수히 많이 연결된 것이 DNA이므로 4종의 뉴클레오티드 배열순서에 따라 서로 다른 DNA가 만들어진다.
이 DNA의 분자구조는 1953년 미국의 J.D.왓슨과 영국의 F.C.크릭에 의해 해명되었다. 2중나선(double helix) 구조로서, 뉴클레오티드의 기다란 사슬 두 가닥이 새끼줄처럼 꼬여 있다. 이 서열은 각 생명체의 생명활동으로 단백질을 만들어 내고 이것이 각 개인의 형태나 성질을 나타낸다.
1995년 마크 윌킨스가 Protein(단백질)과 Ome(전체)를 합성하여 프로테옴(Proteome)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세포에 적이 침투하거나 세포가 분열할 때 등 환경이 변할 때마다 단백질이 대응하는 방법이나 상호작용의 메카니즘을 정의한 용어이다. 이것은 인체 내 프로테옴의 모든 것을 밝혀 인간 생명작용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는 프로테옴 프로젝트이다.
사람의 세포마다 들어있는 염색체 23쌍에서 염기쌍 30억 개가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지를 밝히고 이 중 유전 암호를 담고 있는 염기쌍의 집합인 유전자 3만 5천여 개의 지도를 만드는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만으로는 거의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게놈이 생명의 표준설계도라면 이 표준설계도와 개인 및 특정 집단의 설계도 간에 존재하는 차이를 밝혀야 특정 질환과 유전자의 관계를 알아 낼 수 있다.
또 질병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인체내 대사에 관계하는 단백질의 활동과 기능을 조사해야 한다. 프로테옴 프로젝트와 게놈 프로젝트는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암 조직에는 있지만 정상조직에는 없는 단백질을 찾아내 거꾸로 추적해 가면 게놈의 어떤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거꾸로 게놈을 통해 정상 유전자와 암 유전자의 차이를 알아낸 다음 암에 걸렸을 때의 프로테옴을 알 수도 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뼈대라면 살을 붙이고 내용을 채워 넣는 실질적인 작업이 바로 프로테옴 프로젝트다.

실험실에서 탄생하는 생명

이러한 생명공학의 발달은 현상에 대한 관찰에서 실험실에서의 직접조작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것은 지금 많은 쟁점이 되고 있는 생명복제-인간복제이다. 배아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형성된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시작해 14일 정도 자란 세포 덩어리이다. 장기형성 단계까지가 아니므로 과학자들은 생명체로 인식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보수 종교계에서는 수정된 순간부터 생명체로 간주한다.
줄기세포 일명 간세포라고도 하며 수정 14일 이후부터 간이나 폐등 구체적인 장기로 자랄 수 있는 단계의 세포 덩어리이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때부터 생명체로 생각한다. 배아 세포가 혈액이나 신경, 근육 세포 등으로 발달되기 전 단계인 간세포(stem cell)를 이용할 수 있다. 환자의 세포를 복제해 복제 배아를 만든 뒤 여기서 간세포를 뽑아내 신경세포 등으로 키워내면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조직이나 장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파킨슨병으로 죽은 뇌 신경 세포나 화상을 입은 피부세포,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하는 당뇨병 환자의 췌장 세포 등을 대신할 수 있는 세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배아 줄기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하면 세포가 분화하는 과정을 관찰 할 수 있으며, 이 과정을 규명하면 인간의 노화 현상을 설명하고, 암의 발생 메카니즘을 밝혀 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인간 배아 복제 연구는 혈액암이나 난치병의 치료도구로 이용할 수 있는 세포이식을 가능하게 해 줄 것으로 여겨진다.

다시 생각하는 생명의 존엄성

그러나 인간 생명 연장의 도구로서의 생명을 이용하는 기술이 단순히 인간 배아 복제에서만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인간의 도전과 호기심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개체복제 즉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시대에 따라 과학기술은 많은 논란과 쟁점을 만들어 왔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생명을 이용하는 현재의 과학기술은 우리에게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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