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식물의 출현은 채집과 사냥에 의존해 먹거리를 확보하던 불안정하고 비지속적인 태초의 삶으로부터 정착생활을 할 수 있는 기틀을 제공했다. 그리고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의 밀·보리, 마야 문명에서의 옥수수, 잉카 문명에서의 감자, 인도·중국 문명에서의 벼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문명을 발전시키는 기초가 됐다.
화본과 식물에 속하는 벼는 식물체 자체와 그것의 성숙된 열매, 즉 벼의 알맹이(과실)를 가리키는 말로 ‘나락’, ‘벼톨’이라고도 한다. 벼의 열매는 겉껍질인 왕겨와 속 알맹이인 현미로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쌀은 벼알의 겉껍질인 왕겨와 현미의 겨층을 제거(도정, milling)한 흰 쌀을 말하는데 ‘백미’라고도 부른다.

벼의 기원과 종류

벼 속(屬, genus)에는 20~30종(種, species)이 존재하며 그 중 재배화된 것은 단 두 종이다. 하나는 아시아 재배종으로 전 세계에 걸쳐 재배되는 사티바종(Olyza sativa)이고,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 재배종으로 서아프리카 일부에서 밭벼로 재배되는 글라베리마종(Oryza glaberr-ima)이다.
우리가 재배하는 벼는 자연 환경적 요인과 인간의 인공적인 노력에 의해 야생벼에서 재배벼로 다양한 유전적인 변이를 거쳐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유력한 전래설은 인도 북동부지역의 아삼에서 미얀마 및 라오스의 북부를 거쳐 중국의 원난성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을 벼의 기원지로 보는 것이다. 이 지역은 6천5백만~1만년 전인 신석기 시대부터 벼 농사를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아삼-원난은 지형적으로 동남아시아 벼농사 지대를 흐르는 많은 강의 기원지이기도 하다. 당시에 이동수단으로 용이한 수로(양쯔강)를 따라 아시아 재배벼의 조상(Olyza sativa)이 기원지로부터 중국의 화중으로 전해 졌고, 그리고 그것이 한반도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20년대 일본인에 의해 발견된 김해 조개무지에서 1세기 경의 탄화벼를 근거로 남방에서 일본을 거쳐 한반도에 유입되었다는 남방유입설이 주장됐다. 그러나 1976년 경기도 여주군 흔암리 청동기 시대의 집터에서 곡식낱알이 발견됐다. 이것은 일본보다 2~3세기 앞선 2천400~2천500년 전에 한강유역에서 벼가 재배되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최근 고고학적 성과는 1991년 6월에 일산 신도시 건설시에 발굴된 가와지 유적에서 외형이 잘 보존된 볍씨였다. 이것은 벼 껍질(왕겨)의 탄소연대 측정 결과 4천500~ 5천년 전의 것으로 알려졌다.
벼가 생육하기에 적합한 조건은 1천200mm 이상의 강우량과 3천℃ 이상의 열적산량이다. 온대성 계절풍(monsoon) 기후대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이러한 벼의 생육조건에 적합하다.

쌀의 종류와 특성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쌀의 품종은 인디카(Indica)종과 자포니카(Japonica)종으로 나뉜다. 자포니카종은 한국, 일본, 중국의 북부와 중부, 브라질, 에스파냐,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데 입자가 짧고 밥을 지었을 때 점성이 있다. 반면 인디카종은 동남아시아, 중국 남부를 비롯해 인도, 미국 남부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자포니카종에 비해 쌀알이 길고 점성이 없다.
이에 따라 지역별 조리법도 서로 다르게 발전했다. 점성이 적은 인디카종을 재배하는 지역에서는 기름에 볶아 고기, 채소, 향신료 등을 곁들여 먹고, 점성이 있는 자포니카종 재배지역은 순수하게 밥을 지어 독립된 반찬과 먹는 방법으로 식생활이 발전한 것이다. 인류의 역사와 같이한 쌀의 서로 다른 품질은 재배지역의 조건과 그리고 지역사람들의 입맛에 좌우 되었다고 생각된다.
쌀농사가 주는 공익성은 생태적으로 논의 저수 및 홍수 조절능력, 토양의 유실방지, 수질정화, 대기정화 등이 있다. 또한 경제적으로는 식량의 안전보장과 안정적이고 균형적인 국가경제성장에 기여한다. 이런 쌀이 세계화의 흐름에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단적으로 25%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도는 점점 급감하는 세계 쌀 재고 전망과 동향을 살필 필요가 있다. 이대로 세계화의 흐름에 경제적인 논리로 쌀을 포기 할 때 주식인 쌀을 수입하는 수입국으로서 우리의 앞날을 낙관적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가 하는 것도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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