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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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북한은 핵무기보유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다시 북한 핵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다. 북한 핵문제가 국제 사회의 주요 관심사 중의 하나로 대두된 지 이미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아직도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북한은 핵문제를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정치적·외교적·경제적·군사적 카드로 그 사용법의 복잡성과 강도를 높여가고 있을 따름이다. 북한이 핵개발 시도를 인정한 후 몇 차례 약간의 양보 기미를 보이는 듯 했지만, 근본적으로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선 포기 후 협상’이라는 그들의 대 북한외교원칙에는 결코 흔들림이 없다. 북한 역시 ‘선 체제 보장(불가침 조약), 후 핵개발 포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핵무기 보유 진위판단 기준

‘확증이 없는 한 범죄도 성립되지 않는다’는 형사사법 최고 원칙인 죄형법정주의, 즉 핵무기를 북한이 공개하지 않는 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를 북핵문제에 그대로 적용할 때 일반적으로 핵전문가들은 특정기준의 충족여부로 핵무기 보유를 판단한다.
핵무기보유를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보유능력이다. 북한에는 양질의 우라늄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으며, 평산과 박천에는 정련시설이 있다. 이 시설을 거쳐 이산화우라늄이 만들어지면 구성과 영변의 가공공장에 보내져 금속우라늄으로 만들어진다.
이 후, 영변의 핵연료봉 조립공장으로 운반되고, 그 곳에서 핵연료봉이 돼 원자로로 투입된다. 그리고 사용 후 핵연료는 플루토늄 추출을 위해 영변의 재처리공장에 보내진다. 이처럼 북한은 우라늄 원광에서 플루토늄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자급자족 체제가 완비돼있다.
두 번째 기준은 핵시설이 핵무기 제조에 적합한가 하는 것이다. 1992년 IAEA 사찰을 통해 북한은 1986~91년 동안 사찰 없이 가동한 영변의 5MW 원자로나 당시 건설 중이었던 50MW 및 200MW 원자로는 모두가 흑연감속로로 핵무기용 플루토늄 생산에 적합한 것이며, 전력생산에는 지극히 비효율적인 것이다. 원자로 주변에 송·배전 시설이 부재하다는 점이나 경제적 명분이 없는 재처리시설을 건설하고 있었다는 점도 유의할만하다.
세 번째 기준은 핵무기의 투발수단이다. 핵폭탄이란 핵폭발 장치에 불과한 것이며, 이것이 군사적 이용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투발수단 확보와 함께 지휘, 통제, 통신, 정보기술이 접합돼야 한다.
다시 말해, 제조된 핵무기는 안전하게 관리돼야 하며 적절한 시기에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날려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은 미사일 개발을 통해 이미 우수한 투발수단을 확보하고 있다. 북한은 1983년에 이집트로부터 소련제 Scud-B를 도입하여 역설계 방법으로 자체 생산했고, 현재는 사정거리가 4,300~9,600㎞로 추정되는 대포동 2호와 함께 새로운 종류의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이스라엘, 인도와 함께 세계 6위권에 도달해 있으며, 이로써 핵무기용 투발수단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핵무기 보유를 판단하는 네 번째 기준은 국가 지도자의 강력한 핵보유 의지이다. 김일성·김정일 부자는 일찍부터 핵보유를 결심했다는 증거들이 많다.
북한이 1950년대부터 소련의 드브나연구소에 연구원을 파견해 핵기술자들을 양성한 것, 1960년에 방대한 영변 원자력연구기지를 조성하고 첨단 장비들을 가동시킨 것, 다양한 핵과학자들을 양성한 것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은 경제가 어려워진 80~90년대에도 핵시설 확충에 박차를 가했으며, 제네바합의로 플루토늄 생산이 봉쇄되자 우라늄 농축을 시도한 것도 강력한 핵보유 의지를 대변한다.

북핵 보유 가능성

상기의 분석을 바탕으로 몇 가지 결론이 가능하다. 첫째,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향후 잠재력 역시 국제 핵정치의 중요한 변수로 남게될 전망이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만족할만한 대가를 얻어내면서 핵무기를 포기하는 방안과 만족할만한 대가가 없을 경우 핵개발을 지속해 핵무기의 숫자를 늘리고 성능을 제고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북한이 과거 핵시설들을 재가동할 경우 플루토늄 생산능력은 급격히 증가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동결시설을 재가동 한다는 것은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개발을 본격화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둘째, 북한이 가진 재처리 시설, 동기 등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은 1992년 이전에7~22㎏의 플루토늄을 생산한 것으로 보이며, 이것으로 1~3개의 플루토늄탄을 제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추가적인 핵보유를 위해 은밀하게 핵개발을 계속하면서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핵탄두를 경량화 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우라늄 농축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추정을 위한 증거들이 부족하나, 북한이 아직 핵폭탄 제조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북한이 의도적으로 농축을 추진할 경우 수년 내 새로운 위협원으로 부상할 것이다. 다양한 증거를 종합해 볼 때 북한이 농축시설 보유를 본격적으로 시도하기 시작한 시점은 제네바핵합의 이후이며, 북한의 미사일 개발 및 대포동 미사일 실험발사, 금창리 의혹 제기 등 북·미간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었던 1998년일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북한은 아직 다량의 고농축우라늄을 확보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로서는 실험실 규모의 원심분리법 농축시설을 보유하고 있거나 보다 큰 농축시설의 보유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의 대처 방안

현 국제정세에서 미국주도의 세계평화전략에 대한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일련의 반응은 ‘악의 축’에 대항하는 ‘선의 축’으로서의 미국의 역할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보내어왔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악의 축’이기 때문에 이를 근절하기 위해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미국의 전쟁 명분이 현저히 설득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도 미국의 세계평화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는 다르다.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하나다. 북한의 핵개발을 원치 않기 때문에 개발 포기를 바라는 미국의 의도에 대해 아무도 의구심을 갖지 않는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 해결이 이라크 전쟁보다 ‘악의 축’에 대항하는 ‘선의 축’으로서의 역할, 미국의 신 안보전략 핵심을 국제사회에 설득시키는 데 더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시각으로 보면 북한의 핵문제는 한반도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안보전략에 정면 도전하는 ‘악의 축’이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동맹국인 한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주도적’으로 해 나가야 할 일은 명백하다. 미국에 확실한 동맹국임을 보여주고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이것만이 한국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고, 해 나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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