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우리가 인류의 역사를 논할 때,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전쟁이다. 왜냐하면 인류의 역사는 크고 작은 전쟁으로 점철되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류 역사의 전환점에는 항상 전쟁이 존재하여 왔다. 타임머신의 시침을 멀리 고대(古代)로 맞출 필요도 없이 근대 국제체제의 효시라고 지칭되는 1648년 웨스트팔리아(Westphalia) 조약 이후 현재까지 국제체제의 변화과정을 보더라도 그 변화의 계기는 항상 전쟁으로부터 비롯되어 왔다. 또한 혹자는 인류문명의 진보를 담보해 준 과학기술의 발전도 전쟁을 통해서 촉진되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인류와 전쟁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 왔다. 이를 주제로 다루고 있는 고전으로 대표적인 것이 클라우제비츠(Karl von Clausewitz)의 ‘전쟁론’(Vom Kriege)이다.
클라우제비츠는 1780년에 프로이센에서 출생하였다.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12살의 어린 나이로 프로이센 군대에 입대해 1831년 11월 16일 콜레라에 감염되어 병사(病死)할 때까지 줄곧 군인으로서 살았다. 그의 ‘전쟁론’(1833)은 25년간 참여하였던 크고 작은 실전 경험과 12년간에 걸친 꾸준한 연구·사색의 결정판으로서 그가 병사한 후 정리되어 세상의 빛을 보게되었다. 그 후 1873년 영어판의 출간을 시작으로 러시아어·이탈리아어·헝가리어·스페인어 등으로 번역되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총 8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것들은 제1편 전쟁의 본질, 제2편 전쟁이론, 제3편 전략, 제4편 전투, 제5편 전투력, 제6편 방어, 제7편 공격, 그리고 제8편 전쟁계획 등이다. 총 8편의 구성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전쟁론’은 군사전략 및 전술의 운용과 관리에 대해서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전쟁론’은 직업군인, 군사전략가, 군사학 전공자 등 군사활동의 실무를 담당하는 특정인들의 전문서적으로 취급받아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가운데에서 제1편 전쟁의 본질과 제2편 전쟁이론은 인류역사의 보편적 현상인 전쟁을 학문의 연구대상으로 삼아 분석함으로써 국제정치사상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왜냐하면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정치적 행위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도구이다. 피아간의 정치적 교섭의 지속이며 정치적 교섭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라든가, 그리고 “전쟁은 전적으로 오성(悟性)의 영역에 속한다는 것을 통하여, 정치적 도구로서의 종속적 성격”을 갖는다는 명제들을 통하여 전쟁의 분석수준을 철학과 정치학 등으로 확장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전쟁 수행시에는 상대국의 정치적 목적, 국제정세와 타국과의 관계, 상대국의 정부와 국민 성격 등을 고려하여 상대국의 영토·국민·산업 등을 모든 공격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전면전 개념은 제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그의 ‘전쟁론’이 재평가 받도록 하는데 기여하였다.
인류사에 있어서 전쟁이 변화와 진보의 길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전쟁에 대한 공포에 두려워해 왔다. 왜냐하면 전쟁이란 기본적으로 살상과 파괴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탈냉전 이후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전쟁의 공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종교·인종 갈등 등에 따른 지역분쟁, 테러리즘의 만연과 이에 대한 예방전쟁 등은 전쟁에 대한 현대인들의 공포를 더욱 분명히 각인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우리가 한번쯤은 음미해보아야 할 고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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