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드라마를 촬영하는 도중 서울 정동 덕수궁 담장을 훼손해 비난을 받았다. 덕수궁 담장에 100미터 길이의 포스트잇을 붙였다 떼는 과정에서 담장이 벗겨지고 긁히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관리 소홀로 훼손·도난 빈번

이처럼 우리 문화재는 종종 부주의한 관리 등으로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 전통문화도시 강릉시에서는 중요민속자료 제5호 ‘선교장’과 도유형문화재 제46호 ‘임경당’의 고서적·병풍·목공예품·주련 등을 도둑맞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 ‘경방댁 부지’는 신축건물이 들어서면서 부지의 일부가 매각돼 원형 훼손의 논란이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국보로 지정된 충남 부여 정림사지 5층석탑은 옥개석이 훼손되고 지대석이 노출돼 부분보수와 정기적 점검이 필요하며, 석가탑과 다보탑은 △기단 하부 변형 △기단 갑석 처짐 △풍화훼손 △복발균열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 보수와 보존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렇듯 문화재 훼손이 빈번해짐에 따라 복원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디지털 첨단기술로 문화재 복원을 시도하는 ‘문화재 디지털 복원’ 사업을 확장 중에 있다.
그 예로 지난 2월 문화재청장은 “1916년 경의 광화문 정면사진을 디지털기술로 분석해 현판의 글씨와 테두리 문양을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1949년에 처음 발견돼 당시 심한 훼손을 입었던 고구려의 안악 3호분을 이 같은 기술로 최근 복원했으며, 현재는 고려시대의 전통복식을 재현해 문화콘텐츠 개발에 활용하도록 하는 3D 모델이 개발 중이다.
뿐만 아니라 고구려 출신의 당나라 장수 ‘고선지’의 활동 무대를 컴퓨터그래픽을 이용 3차원 영상으로 제작해 TV에 방영하기도 했다.
이를 제작한 디지털 복원 전문가 박진호 씨는 “디지털 기술로 문화재를 복원하면 과거를 보다 현실적이고 자세하게 묘사할 수 있다”며 “디지털 복원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줌과 더불어 미래를 제시하는 의미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콘텐츠 개발로 문화 폭 넓혀

나아가 첨단기술로 문화재를 복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복원된 문화재를 활용해 새로운 문화 산업 창조를 시도하도록 하는 사업이 국가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내년까지 5년간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하는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화 사업’이 그것이다.
디지털콘텐츠란 유무선 전기 통신망에서 사용하기 위해 부호·문자·음성·음향 이미지 ·영상 등을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처리·유통하는 자료와 정보 등을 말한다.
문화원형을 △의식주 △건축 △의례·신앙 △교통·통신 △군사·외교 △역사·민속 △예술 △과학기술 △문학·문헌으로 분류해 전시하고 있는 이 사업은 공모를 통한 소재 발굴에서부터 창작소재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과 운영까지 행해지고 있다.
또한 창작소재뱅크를 운영해 문화원형전시관에 있는 콘텐츠를 직접 구매해 활용할 수 있는 B2B 기반의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문화원형사업팀 이혜은 대리는 “웹상에서 문화소재를 구입한다는 개념이 아직까지 생소하지만 게임·영상·캐릭터·음악 산업에서 점차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기존에 활성화 된 문화분야만이 아닌 애니메이션·캐릭터·만화 사업에도 크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중요 가치를 가진 유적·유물들을 3D로 제작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제 우리나라도 우리 전통 문화 보존은 물론 이를 통한 창의적인 문화콘텐츠를 개발함으로써 풍부한 문화를 양성하는 한편, 우리 문화의 세계적 가치를 알리는 체계적인 프로그램 마련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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