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본성의 사실적 묘사로사회가 만든 모순 그려내

대한민국 남자 90% 이상이 군대를 다녀왔지만 정작 그 안에서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는 가 본 사람만이 알 뿐 겉으론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바깥세상으로 표출되는 군대는 단지 장황하게 포장된 ‘무용담’ 뿐이다. 이것조차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 대부분이 말하기를 꺼려한다. ‘좋지 않은 기억’이기 때문이다.
최근 군대이야기의 속내를 대담하게 건드린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이같은 의미에서 그 시도부터 남다르다. “소재를 잡은 뒤 시나리오 작업을 하기 위해 군대 다녀온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니 모두 똑같더라”며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라는 윤종빈 감독. 그렇게 ‘누구나 알고, 겪었으며, 지금도 많은 이들이 겪고 있기에’ 오히려 ‘아무나’ 도전하지는 못했을 터이다. 때문에 그의 실험성은 더욱 주목받는다.
한 내무실에 있는 선후임병 간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묘사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에 일침을 가하는 이 영화는, 우리가 동기 혹은 선·후배에게 별 생각 없이 장난스럽게 말하던 ‘군대 다녀와야 사람된다’는 말을 곱씹게 만든다. 그렇게 군대에서 ‘만들어진 사람’이 과연 우리 사회가 원하는 사람인지는 분명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군대에서 ‘사람 만드는’ 방법은 하나, 바로 명령과 복종이다.
물과 기름이 섞여 왜 ‘물광’이 나는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선임병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고, 후임 팬티를 훔쳐 입어도 선임병은 떳떳하다. 오히려 그러한 상황에 불만을 품는 후임병이 한마디로 ‘교육이 덜 된’ 것이다. 또한 장난을 빙자한 성추행에 반기를 드는 후임병에게 돌아오는 것은 주먹과 욕설이다.
신참 ‘승영’은 처음에 이러한 군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방황하지만, 중학교 동창이자 고참인 ‘태정’의 그늘이 떠나자 그도 결국 서서히 ‘적응’해간다. 어리버리한 후임 ‘지훈’에게 남들과 다를 바 없는 고참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반면 ‘지훈’은 끝내 그렇게 되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은 ‘승영’의 죄책감으로, 곧 ‘태정’의 죄책감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영화는 인간의 내재된 본성과 이를 이끌어내는 ‘군대’라는 환경에 대해 매우 현실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게다가 관객들로 하여금 이러한 현실에 대해 자연스러운 비판을 가하도록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가 정말로 원하는 사람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군대가 만들어내는 사람’에 대한 회의감은 들게 한다.
‘용서받지 못한 자’가 많은 이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은 가장 대중적인 소재를 가장 현실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또한 적절한 곳에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를 배치해 영화가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나 사색적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한다. 이러한 장치를 통해 감독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적당히’, 그러나 ‘분명히’ 전달한다.
이처럼 영화는 관객들이 한번 보고 잊거나, 단순히 웃음으로 끝나도록 만들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 ‘용서받지 못한 자’인 지훈과 승영, 태정이 결국 대한민국 사회를 사는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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