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 문화관 1층 경비실 앞. “어머, 저기 애들 보이네.” 이설희(사과대1) 양은 경비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모니터에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자 놀란 모양이다. 화면은 문화관과 동국관이 이어진 계단을 비추고 있다. “이따가 친구들 만나면 어디 가는 길이었나 물어봐야 겠어요”라며 웃는 그는, 친구들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 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재미있는 듯 하다.
이처럼 우리학교 곳곳에는 도난 사고 방지 목적으로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이 감시카메라에 찍히는 것은 대부분 각 건물 경비실 화면에 나타난다. 평소 한 번쯤 경비실에서 이 같은 모니터를 보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기지만, 사실 ‘내가 그 시간에 거기에 있었다’는 정보를 누군가가 마음만 먹으면 파악 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대수롭지’만은 않은 일이다.

e-class, 개인정보 노출 쉬워

동국관 M동 2층에 새로 생긴 능금회관 컴퓨터실에서 e-class를 이용하는 설희 양. e-class에 접속해 다음 시간에 필요한 인쇄물을 내려받기 한 후 ‘수강생정보’ 란을 클릭한다. 같이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이 궁금하다며 찬찬히 살펴보더니, 이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친구들 사진을 보고 재미있어 한다. 그러나 잠시 후 “그런데 누군가도 내 사진을 보고 어딘가에서 웃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불쾌하네요”라며 씁쓸해한다.
e-class의 ‘수강생정보’ 란에서는 과목을 수강하는 모든 학생의 이름·학과·학번·학년·사진까지 조회할 수 있다.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마련된 e-class이지만, 이 같은 체계는 원하지 않는 곳에 자신의 정보가 새나갈 수 있기 십상이다.
“발표 수업이 있어 중도에서 책을 대출해야 해요.” 중앙도서관에 들어오자마자 학생증을 찍고 출입구를 통과한다. 발표에 필요한 도서를 찾아 무인대출기에 학생증을 대고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대출을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학생증을 통해 대출자의 정보가 노출된다. 이번엔 멀티미디어실의 자리를 예약하려고 하자, 역시나 학생증을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개인정보가 입력되는 시스템이 기다리고 있다.

‘편리함’에 감춰진 이면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중앙도서관은 그에 걸맞게 감시카메라가 수도 없이 많을 뿐만 아니라, 개인이 도서관 내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돼있다. 설희 양은 문득 “영화 ‘트루먼쇼’가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아요”라며 웃음 짓는다.
중도를 나와 만해관 열람실에서 공부를 하겠다는 설희 양을 따라간다. 중앙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첨단 시설로 꾸며진 만해관. 더욱이 만해관 열람실 좌석시스템은 학생증으로 개인확인을 해야만 이용할 수 있게 돼 있다. 학생증을 인식기에 갖다 대자 조그만 창에 간단한 신상정보가 빠르게 찍히더니 자리가 예약된다.
“편리하긴 하지만 한편으로 뭔가 찝찝한 느낌이에요.” 설희 양은 씁쓸한 미소를 띠며 말한다.
해가 저물자 집에 간다는 그를 따라 동대입구역으로 갔다. 하루 동안 캠퍼스 내에서 개인 정보가 얼마나 노출되는지 체험 한 이설희 양은 개찰구를 빠져나가며 “평소 학교에 다닐 때는 잘 몰랐는데, 이렇게 의식하면서 하루를 지내니까 생각보다 훨씬 많은 곳에 내가 노출되고 있어 놀랐다”고 말한다. 뒤돌아서는 그의 등 뒤로는 여전히 지하철 감시카메라가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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