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지난달 27일 ‘한국대학의 미래’를 주제로 서울대 기숙사에서 특강을 진행하면서 “대학규모 축소 없이는 구태의연한 교육방식을 탈피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한국 대학의 교수 대 학생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대학규모 축소가 대학 구조조정의 기본 방향이 돼야 한다"고 정원 축소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교육인적자원부 역시 대학의 발전과 효율적 경영을 목적으로 대학 규모의 축소를 통해 교수 1인당 학생의 비율과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대학 구조조정을 각 대학에 권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많은 대학들이 대학구조조정을 통해 학교의 효율적 운영과 발전을 명목으로 학생들의 선호도가 낮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의 인원을 감축하거나 학과 자체를 폐지하고 있다. 우리학교의 경우에도 지난해 4월 국제학과를 폐지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시스템과 대학의 장기적인 발전을 바라봤을 때 점차적으로 대학의 규모를 축소해나가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학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대학구조조정의 특성상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학교를 비롯한 경쟁력이 약화돼 폐지된 학과의 교수들과 학생들은 학교가 학과를 폐지할 때 학생들과의 토론과 설명의 자리 없이 일방적으로 폐지를 통보하고, 추진한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영남대의 경우 학과 폐지과정에서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아 무용학 전공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학과 폐지에 반대하는 농성을 벌여 총장을 억류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원 충족율을 높지 않은 학교의 경우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학과를 신설하고, 경쟁력이 생기지 않으면 학과 명칭을 바꾸거나 다시 학과를 폐지하는 등의 일이 반복돼 폐지학과 학생들의 항의를 하는 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수요가 많은 강좌는 강좌가 증설되고, 폐강의 염려가 없지만 소위 비인기학과 수업으로 꼽히는 수업들은 한 강의 당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10명을 넘지 않아 폐강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장학금 수혜기준도 타 학과에 비해 인원수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학칙에 따라 타 학과와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 폐지학과 학생들이 장학금 수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대학환경의 개선을 위해 대학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의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구조조정에 앞서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학생과 교수의 권리를 보호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수업의 다양성을 보장해 대학교육의 참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