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을 맞아 친일잔재 청산을 위한 국민적 열의가 뜨겁다. 하지만 독도 영유권 분쟁, 한승조 교수 파문 등으로 한창 뜨겁던 친일 청산 열풍은 한풀 꺾이고 있는 듯하다. 이에 우리 신문은 어두운 역사의 흔적 친일파 청산의 선두에 서야 할 대학 내 친일 청산의 현재 움직임을 알아 보았다. 편집자


고려대 명예교수 한승조의 망언을 시작으로 일본의 독도 망언,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광복 60년과 을사조약 100년을 맞이하는 2005년 한국은 ‘과거사 문제’가 최대 화두로 등장했다.
그동안 독재 권력의 시녀역할을 마다않던 국방부, 국정원, 경찰의 경우 자체적으로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를 민간인들과 함께 구성한 데 이어 최근에는 새 대법원장과 새로 임명된 세 명의 대법관조차도 법원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언급하였다.
급기야 지난 15일에는 그동안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친일파 후손들의 뻔뻔스런 땅 찾기 소송에 대해 수원지법 이종광 판사의 판결까지 이끌어 낼 정도였다.
그러나 한해를 마감하는 지금, 돌이켜 보면 친일 청산과 과거사를 정리하는 문제의 바람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친 곳도 있었다. ‘언론’, ‘종교’, ‘대학’이 바로 그 곳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언론, 종교 그리고 대학은 그 사회의 올바른 여론을 생산, 선도하는 기능과 함께 사회의 소금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요청받고 있다.
이 기관들은 사회적으로 유·무형의 특권과 혜택을 부여받는 동시에 반대로 높은 도덕적 잣대를 요청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청산, 특히 친일청산이라는 명확한 시기에 자행된 행위에 대해 보여주는 태도는 과연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도덕적 권위를 인정해 줘야 할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한승조 망언’을 기화로 학기 초 고려대, 연세대, 서울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 5개 대학은 자신들의 학교 출신자 중 친일인사들의 명단을 발표하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학교 밖에서 일고 있는 친일청산 열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일회성에 그치고 말았다.
더욱이 학교 내 친일인사들의 경우 비단 이들 5개 대학에만 국한되는 사안이 아님에도 다른 대학들은 자신들의 친일문제에 대해 애써 눈 감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요즘 유행처럼 회자되는 ‘대학의 보수화’에 필자 역시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해방 후 친일세력들의 든든한 은신처이자 집결처가 된 학교이기에 친일청산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되던 지난 60년 세월을 생각하면 굳이 학생들의 침묵을 ‘비겁’이라기보다는 ‘무지’로 이해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태도인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연구소가 파악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학 내 친일 인사들의 ‘동상, 기념관, 장학금 현황’은 잔존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 내 친일청산의 움직임은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중요하게 제기돼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대학 내 구성원들 간, 활발한 토론의 과정을 전제로 한 다양한 방식의 친일청산 과정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때이다.
이에 무작정 동상 철거 등의 급진적인 방안에 앞서 안내판 설치 등의 노력으로 학생들에게 알려나가는 사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후 모든 구성원이 동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일제시대부터 해방 후의 독재시절에 이르기까지, 기득권을 포기하며 정의의 표상과 진리의 터전임을 자부해 오던 대학인들의 깊은 성찰과 분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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