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스님에게 들어보는 사찰음식 이야기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한국 전통음식의 세계화 운동에 사찰음식을 포함하면서 사찰음식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또한 웰빙 식품이 주목을 받으면서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조미료 및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요리한 건강식품인 사찰음식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

이번 문화면에서는 인스턴트 식품 속에서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한국의 전통음식이자 건강식인 사찰음식에 관하여 소개한다.

사찰음식이란?

경전 ‘증일아함경’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일체의 제법은 식으로 말미암아 존재하고, 식이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19세기 프랑스의 한 음식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안다면, 나는 당신의 성격, 취미, 생각, 습관, 등을 읽을 수 있다.’

이 말들은 모두 한 인간에게 이어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고 있다. 일찍이 절에서는 음식 만드는 일을 수행의 하나로 생각했다. 음식을 만드는 일에서 음식을 먹는 일까지, 도를 닦는 마음으로 행하도록 가르치고 배워왔다. 사찰음식은 선식, 즉 정신을 맑게 하는 음식이라는 말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사찰음식은 음식의 맛, 기쁨의 맛, 기의 맛 이 세 가지를 충족시켜준다. 음식의 맛이란 식품 그 자체가 주는 맛이고, 기쁨의 맛이란 음식으로 인해 마음이 기뻐지는 것으로서, 그 기쁨으로 음식이 좋은 약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 기의 맛이란 바로 수행으로 얻을 수 있는 맛이다.

사찰음식은 이 세 가지, 즉 음식의 맛, 기쁨의 맛, 기의 맛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기의 맛을 갖는 사찰음식은 정적인 음식이다. 정적인 음식을 먹으면 밖으로 표출되는 힘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면이 충실해진다. 반대 개념인 동적인 음식은 불교에서 금하는 오신채, 육류, 어패류, 인스턴트 식품 등으로 먹으면 먹을수록 밖으로 뻗치는 힘이 강해져서 정서의 동요가 쉽고 성격이 과격해지며, 조급해지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사찰에서 수행자들이 먹는 사찰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또한 음식을 먹는 일은 식욕에 집착하여 맛을 즐기기 위함이 아니라 지혜를 얻는 데 필요한 수행과정의 하나인 것이다.

사찰음식의 특징

사찰음식의 특징으로는 오신채와 육류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조미료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오신채란 다섯 가지 냄새가 나는 채소로 마늘, 파, 달래, 부추, 홍거를 말한다. 능엄경에서는 수행 중에 이 다섯 가지 채소를 익혀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나고 날 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더한다고 설파하고 있어 사찰에서는 오신채의 사용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또한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교리에 맞춰 사찰음식에는 육류의 사용이 금지된다. 육류의 사용 금지로 인해 사찰에서는 채식음식이 발달했으며 사찰음식의 재료로는 산나물, 들나물, 뿌리채소, 버섯류, 나무열매나 직접 가꾼 채소들을 이용한다. 그래서 사찰음식에는 개미취, 수리취, 잔대순, 다래순, 참죽, 재피, 망초, 엉개나물 등 다양한 산나물 요리가 있다.

한편, 사찰음식은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 자연재료로 만든 천연 조미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천연 조미료로 사용되는 식품으로는 버섯가루, 다시마가루, 재피가루, 방아잎, 들께가루, 콩가루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불교의 정신을 바탕으로 시작된 사찰음식에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지키는 불가의 먹거리 지혜가 담겨 있다. 매년 먹거리 파동으로 불안해하는 현대인에게 자연 그 자체만으로 맛의 독특한 경지를 이룬 사찰음식이 큰 위로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약으로서의 사찰음식

‘사분율’에서 설명하는 네 가지 식생활 중 중요한 것은 제철의 음식을 먹는 것이다.

경전 ‘금광명최승왕경’에서는 봄에는 가래와 심화병, 여름동안에는 풍병, 가을에는 황열, 겨울이면 세 가지 병이 한꺼번에 나니, 봄에는 떫고 뜨겁고 매운 음식, 여름에는 미끈미끈하고 뜨겁고 짜고 신 음식, 가을에는 차고 달고 미끈미끈한 음식, 겨울에는 시고 떫고 미끈미끈하고 단것을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사분율’에서는 육식을 절제하는 것을 권했다. 육류는 채소보다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 배설이 원할 하지 않아 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득이하게 육식을 먹을 때에는 두 배의 야채와 함께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선재스님과 사찰음식

선재스님은 현재 서울 안암동 보타사의 주지 스님으로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을 통해 사찰음식 연수생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우리대학에서 사찰음식 강좌를 맡고 있다.

선재스님은 사찰음식에 대하여 “사찰음식은 생명, 건강, 도(지혜)를 얻기 위한 약이 되는 음식”이라고 말한다. 또한 사찰음식은 우리들의 건강을 지켜주면서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음식이기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음식이라고 한다.

또한 선재스님은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진 요즘 아이들에게 입에 맛있는 음식보단 자연의 맛 즉, 자연에서 자란 재료를 가지고 만든 음식을 먹으라고 권한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옛말처럼, 입에 맛있는 음식보다 쓰지만 몸에 좋은 자연음식을 먹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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