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학생 겨냥한 유해업소 증가
9월 16일,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를 맞아 전국이 떠들썩하건만 ‘신림동 고시촌’의 저녁은 여느 날과 다름없다. 오히려 고시학원들은 이번 추석을 맞아 ‘추석특강’ 개최에 분주하다.
“명절이지만 집에 안가요. 연휴 3일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특강을 들으려고요” 수업이 끝나 이제 막 학원을 나서는 한 학생이 새삼스럽지 않다는 듯 이야기한다. 신림동 고시촌 사람들에게 추석은 여느 ‘일요일’과 다름없는 듯 보인다.
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10분정도 가면 흔히 ‘신림동 고시촌’으로 불리는 신림9동에 다다를 수 있다. 각종 음식점, 노래방 등을 알리는 네온사인이 가득한 모습은 다른 번화가와 다름없다. 하지만 눈에 띄는 건 유난히 고시원, 학원, 서점이 많다는 것이다.
버스 안내방송을 듣고 목적지에 내리자, 마침 학원이 끝난 시간인 듯 버스정류장에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정류장 광고판에는 ‘잠만 자는 방’ ‘하숙’을 구하는 전단지로 원래 광고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저 골목으로 올라가면 대부분이 고시원이에요” 한 노점상인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보니 한 건물 건너, 혹은 그 골목에 이어지는 다른 골목들에 3~4층짜리 독서실, 고시원들이 가득하다. 저녁때가 막 지나서인지, 주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들어가는 학생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래도 지금 이곳은 조금 한산한 시기다. “시험 철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갔어요” 상점에서 만난 한 여학생이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신림동 고시촌’에는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주로 모여 있어, 지난 6월에 있던 시험이 끝나자 학생들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사법고시 분야는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논란과 토익점수반영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고시원보다 학교나 학원, 집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늘었다.
하지만 신림동에는 꾸준히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분야는 처음부터 진로를 생각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다수”라는 한 사시 준비생의 말은 이러한 특성을 잘 보여준다. 반면 시대 흐름에 따라 진로를 바꾸는 이들도 많다. D고시원 앞에서 만난 한 준비생은 “38세가 정년이라는 삭막한 말이 나도는 요즘 같은 때에 대기업에 입사해도 불안하다”며 “행시나 사시에 합격하면 안정적인 직업이 보장되다 보니 회사를 그만두고 고시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고시 준비는 최근 들어 더욱 일찍 준비하는 경향이다. 경희대에 재학 중인 N군은 “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휴학을 하고 신림동에 왔다”며 “주변 선·후배나 동기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렇듯 신림동에 고시 준비생들이 모이는 이유는 저렴한 방값, 조용한 분위기 등 오래전부터 공부하기에 적절한 환경이 구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고시원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예전 같지 않다.
지난 88년부터 이 곳에 터전을 잡은 생필품 상점주인 S씨는 “주변에 약국·서점이 줄어들고 유흥시설이 들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안타까워한다. 고시 준비생들도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의 심리적 약점을 파악해, 최근 스포츠마사지를 가장한 준 성행위를 하는 곳, 스크린경마장 같은 시설이 급속하게 늘어났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처럼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신림동 고시촌도 변하고 있다. 고시촌에 들어오는 목적이나 계기, 시험을 준비하는 방법, 주변 환경까지 모두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희망찬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젊은이들이 존재하는 것에는 변함없다. 이들의 레이스가 사회의 요구에 ‘떠밀려’가는 것이 아닌 진정한 꿈을 향한 것일 때, 신림동 고시촌의 태양은 더욱 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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