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주변 자취ㆍ하숙 실태 르포 <1>

신학기다. 캠퍼스가 새내기들로 활기가 넘친다. 그러나 지방학생, 자취생들에게 학기 초는 편치만은 않다. 새롭게 변한 주거환경 때문이다. 새내기들은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주거비가 미안하다. 자취, 하숙 업주들의 부당한 처사도 불편한 마음의 원인이다. 이에 우리 신문사는 우리대학 주변주거환경과 타대학 주변 주거환경을 연재 보도한다.                                                                                                                                편집자

매년 2월이면 우리대학 주변은 방을 알아보는 신입생ㆍ재학생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적당한 가격에 아늑하고 서비스까지 좋은 방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가격이 비싸도, 마음에 들지 않아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방을 계약할 수밖에 없다. 방을 구하지 못할 경우 학생들은 통학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우리대학 주변 하숙촌은 크게 중문과 체육관 쪽문 사이 하숙촌과 장충동 주변의 하숙촌으로 나눌 수 있다. 기자가 찾아간 A하숙은 외관상으로 다소 낡아있었다. 하숙집 현관에는 각종 폐품들로 인해 이동하는데 불편했다. 하숙집 주인이 안내한 방은 얼마 전 한 학생이 군대를 가 비게 된 방이었다. 약 2~3평으로 추정되는 방에는 한낮임에도 다소 어두웠고 벽에 조그마한 창문이 있었다.

기자가 방 평수를 물어보자 하숙집주인은 “직접 재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겠어?”라며 오히려 되묻기도 했다. 집주인은 이 방이 방음시설도 잘 돼있고 채광도 잘된다며 월 43만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방 벽면에 있는 조그만 창밖에는 건물들이 빽빽이 세워져 있어 볕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화창한 오후였음에도 불구하고 불을 켜야 할 정도였다. 집주인은 방음이 잘된다며 안심하라는 식으로 벽을 툭툭 쳤지만 소리가 울릴 정도로 벽은 단단하지 못했다.

우리대학 주변 하숙 및 자취 밀집지역                                                            사진= 김윤수기자

방 구경을 한 뒤에 집주인은 기자를 식당으로 안내했다. 식사제공은 평일 오전 7:30~8:30분, 오후 5:30~6:30분이며 3월부터는 매주 일요일에 식사제공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식당은 일반 가정집의 부엌과 별반 다를 점이 없었다. 하지만 약 30여 명을 수용하는 하숙집에서 전원이 식사를 하기에는 매우 비좁은 공간이었다.

몇몇 하숙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하숙집의 가격은 비슷한 평수일지라도 하숙집에 따라 차이가 났다. 이는 하숙집들이 방 평수에 따른 정가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하숙집 주인들은 방 평수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단순히 방을 작은 것, 중간 것, 큰 것 수준으로만 구분하고 있었다. B하숙의 경우 작은 방은 40만원이고, 또 다른 C하숙의 비슷한 크기의 방은50만원이었다.

동일한 평수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A, B 하숙의 두 방 모두 채광, 방음 등에서 같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무려 방값이 10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이런 조건에서 단지 발품만으로 정보를 얻는 학생들은 덜컥 계약했다가 뒤늦게 후회할 뿐이다. 

하숙생활을 할 경우 화장실, 냉장고, 보일러 등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한다. 여러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주거인만큼 다소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 남녀가 같은 층에 살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주변에 존재하는 리빙텔, 고시원들은 여학생들의 불편함을 감안해 남녀 층을 구분하지만, 몇몇 하숙집의 경우 남녀 층을 구분하지 않는다. 기자가 찾아갔던 A하숙 또한 마찬가지였다.

기자가 소개받은 방의 맞은편에는 여학생이 하숙을 한다고 했다. 하숙집 주인은 “방마다 잠금장치가 잘 설치되어 있고, 빌라에  CCTV도 설치되어 있다”고 하며 “남녀 층을 구분했다가 방이 남게 되면 방을 비워둘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하숙집에서 하숙을 하는 A양은 “남학생들과 공용화장실을 사용하는 점이 불편하고 혹시 사고가 발생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현재 하숙을 하고 있는 한 학생의 집

이러한 시설의 열악함보다 더 문제인 점은 일부 하숙집 주인들의 불친절이다. 하숙생활을 하는 B군은 “하숙생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서비스마저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하숙집 주인의 상혼에 불만을 표시했다. B군의 경우 식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숙생활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식사에 불만이 생겼다. 음식의 맛은 느끼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방값에서 포함되는 식비가 얼마인지 공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식사에 더욱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는 많은 하숙집들이 3월부터 일요일에는 매주 혹은 격주로 식사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해 학생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D하숙집 주인은 그 이유를 “학생들이 식사를 차려놔도 제시간에 먹지 않는데다 최근 물가상승으로 인해 식비가 많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표면적인 이유 뒤에는 일부 하숙집 주인들 간의 담합행위가 있다는 것이 학생들의 설명이다. 학생들에 따르면 일부 하숙집 주인들의 모임인 ‘하숙친목회’가 하숙서비스나 월세 등을 함께 정한다고 한다. 하숙친목회의 일원인 E하숙집 주인은 “처음에는 하숙비를 올리기로 약속했지만, 학생들이 계약을 하지 않을 것을 염려해 일요일에 식사제공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E하숙집의 경우 하숙생들에게 하숙비를 인상하든지 아니면 일요일에 식사제공을 중단하는 두 가지 제안을 했고 학생들은 후자를 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몇몇 하숙집들은 일방적으로 일요일에 식사제공을 하지 않기로 공지했다고 한다. 방세에 식비를 포함해서 내는 학생들에게 식사는 일종의 권리이지만, 하숙집 주인들이 비슷한 조건을 함께 내거는 바람에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하숙집 게시판에 붙여진 식사 미제공 공고문

하숙이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자취의 경우는 어떨까? 자취의 경우 하숙에 비해 자유로운 것이 장점이다. 양현진(문창2)양은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지 않는 자유로운 공간을 원했다”며 자취를 선택한 이유를 말했다. 하지만 자유로운 만큼 자취는 하숙보다 더 비용이 든다. 평균적으로 약 10평 크기의 원룸은 보증금 2,500만원, 월세 50만 원 정도이다. 또한 전기세, 수도세 명목으로 관리비 2~3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거액의 보증금 이외에도 학생들은 식비를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한국일보와 3개 대학 학보사가 지난 2007년 공동으로 실시한 서울소재 6개 대학 학생 145명을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대학생 평균생활비는 73만 2000원이며 생활비를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학생 비율은 57.04%였다. 이는 중ㆍ고등학교 시절 사교육비가 가계경제에 부담을 줬다면, 대학교 때는 등록금에 거주비까지 이중으로 가계에 부담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대학에 두 아들을 진학시킨 이은례(49)씨는 “등록금 납부에 거주비, 생활비까지 부담하니 가계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학이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기숙사다. 지방학생들이 대학을 결정하는데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기숙사 존재여부이기 때문이다.

우리대학은 그동안 기숙사 수용인원이 너무 적어 다른 대학보다 지방 인재 유치에 다소 뒤쳐져 왔다. 다행히 지난달 13일에 열렸던 제 243차 이사회에서 민자 기숙사와 외국학생들이 거주할 수 있는 국제관 신축이 승인돼 2~3년 후면 조금은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완공예정인 기숙사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750명. 하지만 우리대학의 경우 출신 고등학교 소재지를 분석해보면 전체학생 중 지방학생이 약 30%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숙사 신축이 학생들의 거주문제의 숨통을 터줄 계기가 되는 것만은 분명하지만, 지방학생 수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학교 체육관 쪽문 길에 붙여진 하숙집 광고

그렇다면 학생들의 거주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우선 학교나 학생회가 학생들의 거주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세대의 경우  학생복지위원회가 학교주변의 하숙 및 자취정보를 모아 ‘택리지’라는 책자를 발간하고 있다. 택리지는 매년 2월에 발간되는데 학생들이 원하는 집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이를 지역 및 거주 형태별로 분류해 놓았다. 또한 집 자체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집을 구할 때 꼭 살펴봐야 할 점, 전ㆍ월세 꼭 알아야 할 상식’ 등의 유용한 정보 역시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에서는 생활비 현황을 조사해 장학금 수혜 혜택을 주는 맞춤형 장학금 제도를 시행한다. 맞춤형 장학금 제도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가정형편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선정하여 기성회비 등록금 전액 또는 반액을 지원하는 장학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서울ㆍ경기 거주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활비용이 많이 드는 지방 학생들이 보다 나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우리대학 전자계산원은 레지던스 호텔, 하숙집, 고시원 등을 기숙사로 임대하고, 통학거리ㆍ성적 등을 고려해 학생들에게 배정한다. 하숙집의 경우 70,000원을 전산원에서 부담하고 고시원의 경우 지원금 50,000원이 지급된다.

다른 여러 대학들이 학생회,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의 주거환경에 관심을 갖는 것에 비하면 우리 대학은 아직도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교육환경에는 단순히 강의실, 복지시설, 연구시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주거도 포함된다.

그동안 우리대학은 학생들의 주거문제는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맡겼다. 이제는 학생들이 맘 놓고 생활하고 건강하게 학업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학생=고객’이라는 CS경영에 걸맞은 생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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