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신문 정동훈 편집장

동대신문 정동훈 편집장

▲개강을 일주일 앞둔 주말 오후였다. 기자는 후문에서 길을 헤매는 세 모녀를 만났다. 이들은 후문 캠퍼스 지도에서 ‘이해랑 예술극장’을 찾고 있었다. 친정엄마와 2박3일을 보러간다고 했다.

반대편 끝까지 가야된다는 대답에 모녀의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학상 노무 자슥이 충무로에서 내리면 된다드마는” 어머니의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에 세 모녀가 언제 그랬냐는 듯 싱긋 웃는다.

못 찾을 것 같던 극장 위치를 알았다는 안도감이기도 했겠지만 오랜만에 모녀가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던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세 모녀는 악명 높은 ‘헐떡 고개’를 만났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어머니에게 쉽지 않은 길이었다. 세 모녀는 힘을 합쳤다. 어머니가 앞장을 서더니 두 딸이 뒤에서 몸을 밀었다.

가파른 언덕을 세 모녀는 그렇게 올랐다. 이해랑 예술극장 앞에서 헤어질 때 그들은 누구보다 밝았다. 이렇게 연극은 극 안에서 뿐만 아니라 바깥에서도 관객과 관객을 이어주는 통로가 됐다. 그리고 동국대학교와 이해랑 예술극장은 무대의 배경이 됐다.

▲이해랑 예술극장의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의 흥행몰이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17일부터 시작한 연극은 본래 어제(1일)까지가 공연 기간이었지만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내일(3일)부터 연장공연을 실시한다.

티켓예매 사이트였던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 달 16일 연장공연 티켓 접수에 오픈 24분 만에 주말공연(이번 달 6일, 7일)이 공연이 매진되는 등 천 여명에 이르는 관객이 예매 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연극은 8일까지 연장공연을 실시한 후 지방순회공연을 한다.

이 연극이 이토록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모녀지간의 따뜻한 공감대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이해랑 예술극장의 이 같은 흥행은 예상했던 결과는 아니다.

사실 처음 이해랑 재단의 기부를 통해 리모델링한 전문공연장을 만든다고 했을 때 ‘과연 성공할까?’라는 의문부호를 드러냈던 사람이 다수였다. 그것은 이해랑 예술극장과 같은, 대학 내 공연장이 이전까지 대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연물이 따분하거나 식상하다는 평을 듣기 일쑤였다.

그러나 ‘햄릿’에 이어 ‘친정엄마와 2박 3일’이 흥행을 기록하면서 이해랑 예술극장은 이같은 우려를 씻고 있다.

▲이해랑 예술극장은 앞으로 ‘친정엄마와 2박 3일’같은 상업 연극과 학생 연극을 번갈아 상연한다. 이번 달에는 세 번의 학생연극이 상연된다.

수익사업뿐만 아니라 대학교육의 실험무대 역할도 맡는 것이다. 이해랑 예술극장은 이처럼 대학이 당면한 과제인 재정확보와 교육의 응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모범이 되고 있다.

‘친정엄마와 2박 3일’이 남긴 훈훈하고 따뜻했던 힘은 연극학과 재학생들의 또 다른 열정과 힘으로 채워질 것이다. 이해랑 예술극장의 힘이 2009년을 시작하는 동국대학교의 힘찬 발돋움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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