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대하는 대학 구성원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학생들은 입학하면서부터 기업을 타도해야 할 적인양 반기업적 태도(특히 대기업에 대해)를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막상 졸업이 가까워지면 대기업 취업 준비에 바쁘다.
교수나 교직원은 기업에서 기부금을 받거나 연구비를 따낼 때는 친절한 태도를 보이다가도 돌아서면 기업인을 돈만 밝히는 속물 따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기업의 잘못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기업들은 대학이 배출한 우수한 졸업생을 쏙쏙 뽑아가는 등 과실을 따 먹는데만 급급했지 대학에 대한 투자나 기부는 ‘생색내기’식으로 이익의 불과 몇 퍼센트도 하지 않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학과 기업은 상생의 관계를 맺고 있다. 한 쪽은 인력의 공급자이며 한 쪽은 그 수요자라는 측면에서 같이 가야할 동반자이다. 대학이 우수한 인력을 배출해야 기업이 발전할 수 있으며,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대학도 기업의 투자, 기부 등 도움을 받으면 훨씬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진 학생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외국 사례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휴렛팩커드(HP)의 설립자 윌리엄 휴렛은 1966년 설립한 휴렛 재단을 통해 그동안 35억 달러를 출연해왔으며 이중 동업자이자 동창인 데이빗 팩커드와 모교인 스탠퍼드대에 기부한 돈만 3억 달러가 넘는다. 빌 게이츠도 부인과 함께 세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기부해온 220억 달러 중 상당액을 대학에 냈다.
지난 6월달엔 오라클의 창업자 래리 엘리슨이 하버드대에 1억1천50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업인들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하버드대의 2004년 현재 기부금 누적액은 226억달러(약 25조8천억원)에 달한다. 예일대가 110억 달러로 2위를 기록하고 있고 스탠퍼드대(86억 달러), 프린스턴대(79억 달러) 등이 뒤를 잇는다.
그들이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대학이 된 배경에는 이런 막대한 기부금이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기부금 순위=명문대 순위’인 셈이다. 지난해만 해도 하버드대가 5억4천30만달러, 스탠퍼드대가 5억2천420만달러의 기부금을 새로 받았다.
어느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이러한 대학과 기업간의 관계 속에서 기업의 대학에 대한 투자와 그 재원을 바탕으로 한 대학의 노력은 무엇보다도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력양성’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대학과 기업이 이중적 관계 속에 서로 경원시하는 풍조가 계속된다면 우리에겐 미래도 없다. 대학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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