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을 맞아 각종 시민단체, NGO 단체 등이 참가하는 다양한 통일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통일 운동의 중심에는 언제나 대학생들이 있었다. 이에 우리 신문에서는 통일 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80년대부터 지금까지 대학생들의 통일 운동의 역사를 알아보고, 현재의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통일’에 대해 담아보았다.
편집자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통일의 꽃’ 임수경에 대해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방북을 감행했던 그녀의 거침없는 목소리와 당당한 모습은 남ㆍ북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당시 국민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엄청난’ 일을 감행한 그녀가 평소 자유분방하게 생활하던 평범한 대학생이라는 점이었다.
1989년 1월, 재야운동권단체였던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이 결성된 이후
분단을 뛰어넘으려는 민간 차원의 통일운동의 봇물이 터지기 시작한다. 정권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통일운동가인 문익환 목사와 소설가 황석영, 문규현 신부 등이 잇따라 방북을 시도했다. 하지만 ‘통일의 바람’ 속에 실질적인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운동권 시민 단체 이전에 대학생들이었다. 한편 대학생들의 중심에는 87년 민주화 운동을 위해 전국의 대학 총학생회장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전대협이 있었다. 이들은 대학생 통일 운동의 실제 동력으로 작용하며 실질적인 활동들을 전개해 나간다.
이와 관련해 89년 당시 전대협 의장을 맡고 있던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은 “당시 전대협은 ‘북한 바로알기’ 운동 등을 펼치며 대학가의 통일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임수경 씨를 참가 시킨 것도 남측 대학생들의 참가로 남북의 분단 상황을 널리 알리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통일운동 역시 국가보안법이라는 ‘족쇄’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임수경 양의 방북 사건 이후 학생운동에 대한 대대적인 정부의 단속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을 무기로 학생들의 통일 운동을 탄압하는 정부와 이를 저지하려는 학생들 간에는 적지 않은 마찰이 발생한다.
한편, 정부의 강압적인 진압으로 주춤할 수밖에 없던 전대협을 중심으로 한 대학생 통일운동은 1993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출범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한총련은 통일운동을 중심으로 한 범민족대회 등을 개최하며 적극적으로 통일 운동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97년 국가보안법상 ‘이적 단체’ 로 판결되면서 일반 학생들에게 영향력을 잃게 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한총련의 ‘대표성’ 상실은 전반적인 학생운동의 위기를 가져오며 그들의 중심이념이었던 통일 운동 역시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이에 따라 대학생들에게 통일운동은 더 이상 중심적인 화제나 당위적인 목적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 현재의 사회 분위기이다. 이에 대해 정용길(정치외교학) 교수는 “대학생들이 통일의 필요성을 부정하거나 관심이 부족해 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8, 90년대 학생들에 비해 냉정하게 통일을 바라보며, 이벤트적인 운동을 통한 통일보다는 외교차원의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나치게 ‘보여주기’ 식 성과위주의 통일운동은 점차 고개를 숙이고 북한의 인권문제, 정치ㆍ군사 안보 체계 등을 고민하는 대학생들의 수가 늘고 있다. 지난달 15일 우리학교에서 열린 ‘북한 인권과 통일을 위한 대학생 심포지엄’에는 이화여대, 전북대, 원광대 등의 북한과 통일을 연구하는 단체들이 참가해, 남북통일의 현주소와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심포지엄을 제안한 북한 민주화 학생연대의 김익환 대표는 “대학생들의 주도로 북한의 인권 문제와 민주화 등을 고민하는 것도 하나의 통일을 위한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에게 통일은 더 이상 정부와 대치하며 힘겹게 몸으로 부딪쳐야만 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을 시작으로 6ㆍ15공동선언,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불기 시작한 남북의 평화와 화해의 물결. 이제는 대학생과 일부 통일운동가들을 넘어 종교단체, 봉사단체 등의 각종 시민단체로 확대되고 있으며,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을 통해 양측의 활로가 트이고 있는 상황이다.
분단 60년의 역사 속 ‘소리’ 있는 대학생들의 통일을 향한 끝없는 외침은 분단의 얼음벽을 서서히 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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