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정영효 군 인터뷰

▲정영효 당선자

“한 고비 넘었다 싶죠”

이번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정영효(국문과 졸)군의 짧고 굵은 소감이다. 무한히 기쁘다는 대답을 기대했던 예상과는 다르게 그는 뜻밖의 수상 소감을 내놓았다. 문단계가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기쁨’이라는 감정의 유효기간은 하루정도였다고.

“시는 쓸수록 어려울 뿐 아니라 결코 완성태가 없어요, 제가 쓴 시지만 다시 봐도 고칠 부분이 있는 걸요”라며 당선의 기쁨을 멀리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언젠가 집에 가는 길에 황사가 자욱하게 끼어있는 모습을 보고 정 군은 황사의 근원이 어딜까, 막연한 의문을 가졌다. 결국 이렇게 소소한 생각이 곧 한 편의 시로, 신춘문예 당선자의 타이틀을 달아준 시가 됐다. 그는 “시라는 것은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요, 별 것 아닌 생각들이 발전하면 곧 시가 되죠”라고 말한다.

황사라는 흔한 소재가 타클라마칸이라는 모래사막으로 이어졌고 타클라마칸 사막을 순례하는 순례자는 ‘나’라는 자신이 위치하는 현실로 꼬리에 꼬리를 문 시가 바로 당선작 ‘저녁의 황사’다.

‘저녁의 황사’가 나오기까지, 그는 문장의 단어하나 조사 하나까지 예민하게 찾고 또 찾는다. “제가 생각하는 바와 딱 어울리는 시어를 찾는 일이 굉장히 어려워요”라며 시를 한 편 쓸 때면 사전을 수없이 찾는다고 한다. “영감을 받아쓰는 것이 시라지만 시도 언어의 논리와 구조가 있는 과학”이라고 말하는 정 군. 시에 대한 그의 철학 때문일까. ‘저녁의 황사’ 심사위원들은 그의 시의 구절 표현 능력에 후한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위원인 황동규 시인과 최동호 시인은 “‘저녁의 황사’는 사막으로부터 발 딛고 있는 현실로 상상력을 끌어오는 상상력이 자연스러웠으며 ‘사막에서 바깥은 오로지 인간의 내면뿐이다’나 ‘연기처럼 일어섰을 먼지들’과 같은 구절들을 통해 자신의 표현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적합한 시어를 하나 떠올리기까지 그의 노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된다. 평소 시 한편을 굉장히 오랜 기간에 걸쳐 창작한다는 그는 잠자기 전에는 반드시 컴퓨터를 켜둔 채 잠을 잔다고 한다. 밤새 컴퓨터를 켜 놓는 까닭에 대해 묻자 “잠을 자다가도 생각나면 곧바로 쓸 수 있어야죠”라며 웃어 보인다.

그는 사실 국문과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했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결국 결론은 바로 ‘시를 쓰는 일’이었다고 한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하기까지 분명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제는 시밖에 없다는 오기를 가지고 했어요,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안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만약 자신의 선택이 실패한다 해도 남은 히든카드는 꼭 있기 마련이라며 ‘젊다’라는 에너지 카드를 꼽아 보인다. 가난하고 배고픈 직업, 우리가 시인에 대해 생각하는 일반적 견해다. 하지만 정영효 군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물질적 만족보다도 더 큰 것은 정신적 만족이라는 것. 물질만능의 시대, 많이 가진 만큼 배가 부르다지만 시인 정영효는 마음이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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