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된 가정 속 중년부부의 애증과 화해 다뤄

소설가 이상문 동문이 신작소설집 ‘이런 젠장 맞을 일이’를 펴냈다. 이 동문은 1983년 ‘탄흔’으로 등단한 뒤 4권의 창작집과 ‘황색인’등 11편의 장편소설(총 32권)을 펴내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펴고 있는 중견 작가. 5년 만에 펴낸 이번 소설집에는 표제작과 함께 ‘아욱된장국 끓이기’ 등 2편만 실렸을 뿐이다. “늙음, 죽음 보다 녹슨 삶이 두렵다”며 펴낸 이번 작품집은 그만큼 정제돼 있고, 건전한 늙음으로 가는 중년소설, 부부관계 소설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어 주목된다.

표제작은 사별한 아내와의 정을 새김질 하며 홀로 사는 중년 만화가 이야기가 우선 사부곡(思婦曲)처럼 절절히 읽힌다. 거기에 후배와 주인공 노모의 부부 간의 갈등과 회한이 가지를 쳐가며 이야기를 확장, 심화시켜간다. 남편의 외도 다 견뎌내다 시한부 병에 걸렸어도 의연히 살다 아무 원망 없이 죽어간 아내를 그리는 주인공.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바람 피워대는 남편에 기대기 싫다며 친정으로가 죽은 아내 소식을 듣고도 재혼에 설레는 후배. 술집 여자와 도회의 신접살림을 꾸려나가려다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 이야기를 숨기고 50년간 가족을 꾸리다 8순 다된 나이에 새 동반자와 살려는 노모의 이야기가 표제작이다.

 ‘아욱된장국 끓이기’는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해 사회지도층 인사가 된 부부 이야기. 양녀로 들인 딸이 아내의 유학시절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난 딸임을 알고도 감추다 임종에 이르러 편지로 아내를 안심시키려 밝히는 속 깊은 남편의 이야기가 읽는 이의 가슴을 친다. 이렇듯 두 작품 모두 중년 작가의 체험에서 우러난 부부간의 절절한 이야기가 독자들의 가슴을 울리게 한다.

거기에 스토리 메이커  답게 여러 이야기를 곁들이며 지금 우리 사회 일반의 부부관계를 속 깊게 살피게 하며 읽을 맛을 더해준다. 무엇보다 아담과 이브 태초의 부부도 끌어들이며 부부관계를 원초적, 일반적으로도 살피고 있다. 

 작품집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장영우 동문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포용의 완숙하고 깊이 있는 정신세계를 보여준다”고 했다. 가정이 속절없이 해체되고 있는 지금 바람직한 부부관계를 꽉 찬 체험의 중년으로 묻고 있는 이 소설집은 신세대와 구세대에 끼여 부대끼는 중년들에게 인간과 사회에 대한 포용과 예의를 제시하고 있어 귀하게 읽힌다.

 

 

이경철(국문 81졸)
문학평론가
전 중앙일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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