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에 관한 국민들의 알권리와 용이한 접근성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의 대학정보공시제가 다음달 12월1일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전국 185개 대학뿐만 아니라 대학원과 산업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 등 총 1,420개 고등교육기관들이 그 대상이 된다. 이들 대학들은 매년 1회씩 교육과학기술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해당대학 홈페이지 또는 대학정보공시 포털에 해당 대학의 학생, 교원, 교육여건, 학교운영, 연구 예·결산 등 모두 13개 항목 56개의 대학관련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대학정보공시제의 목적

정부는 이와 같은 제도를 실시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가 대학 및 학과선택에 필요한 객관적인 자료를 얻을 수 있게 되고, 기업들은 우수 고용 인력의 발굴 및 채용이 용이하게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 입장에서 합리적·과학적 교육정책을 수립할 수가 있고, 당사자인 대학은 대학운영의 투명성과 교육성과에 대한 책무성이 강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그리고 일본 등에서 기존에 실시되고 있는 정보공시제가 향후 국내대학들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 것인가에 대학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대학정보공시제’가 정부의 기대처럼 약이 될 것인가, 아니면 독이 될 것인가? 
학생과 학부모, 기업과 정부의 정보수요자의 측면에서 보면 ‘대학정보공시제’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등록금, 졸업생 취업률, 교원 현황 및 연구실적 등이 객관적 데이터로 가공돼 이를 필요로 하는 개인이나 조직의 의사결정에 요긴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서열화의 역기능 우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대학외부 사람이나 기관에게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이는 정보공시제가 과연 대학내부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이점에 있어 필자는 불행하게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가 조심스럽다. 이 제도가 지닌 몇 가지 치명적일 수 있는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부작용이 대학별 서열화가 될 것이다. 대학정보공시로 인해 소위 ‘잘나가는 대학’들의 입장과 그렇지 못한 대학들 간에 부익부 빈익빈의 극명한 서열화문제는 교세가 약하거나 지방소재 상당수의 대학들에게는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대학정보공시제를 통해 경쟁에서 뒤쳐지는 대학들을 자연스럽게 추려내려는 표면화 되지 않은 정책적 의도가 있다면 필자의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서열화의 문제는 단순히 한 대학과 또 다른 대학 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같은 대학 내에 존재하는 단과대학들 간에, 그리고 서로 다른 학과들 간에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점이다.
지난해 교육개발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취업률의 공시’가 교육관련 정보공개내용 중 가장 큰 관심사로 나타났다. 누구나가 쉽게 예상 할 수 있었던 결과이긴 하지만, 이와 같은 결과는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인문학과 기초학문들이 더욱 외면당하게 될 것이고, 대학 간 학문분야 간 선의의 경쟁 대신에 열악한 여건을 지닌 대학과 학과들을 공개적인 낙인을 찍어놓는 비교육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우려는 대학정보공시제가 자칫 대학 교육을 취업위주의 교육으로 전락시킬 우려도 낳게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학들이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될 내용에만 치중하고 공시항목이 아닌 기타 교육활동들을 소홀히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교육적 기능을 수량적 측정이나 가시적 평가지표만으로는 보기에는 한계를 지닌다는 문제도 있다.
정보 공시제가 요구하고 있는 50여개의 함축된 지표들 너머에 존재하는 보다 본질적인 대학교육의 가치들을 양적인 정보로 가공해 제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금번 정부가 내놓은 대학정보공시제의 부정적인 면만을 너무 부각시켜 비난하거나 폄훼할 필요는 없다. 대다수의 국가정책이 일정부분 장점과 단점의 양면성을 동시에 지닐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서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되는 대학정보공시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무엇을 보완해야 하나

우선은 정부가 판을 짜놓은 정보공시제 항목과 공시내용들이 포괄하지 못하는 질적인 내용들에 관해 대학들 스스로가 기술할 수 있는 특성화 내지는 자구노력의 내용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로인한 변화의 조짐과 효과가 언제쯤 어떤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인가를 대학정보수요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별도 항목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개별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제시하는 각종 정보들이 대학교육수요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혹시라도 있을 대학들의 의도된 허위 자료에 대한 점검체제도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대학정보공시제가 정보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들에게 대학이 지닌 현상적인 사실(fact)들을 서비스 차원에서 공시하는 것으로 그 역할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자칫 대학정보공시제가 성과중심의 대학 간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게 되기를 기대한다.
경제적 보상 체제의 학교교육,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업주의 이데올로기, 단순한 기계적 해결만을 강요하는 테크놀로지의 무비판적 교육, 그리고 집단 간의 차이만을 부각시키는 분리주의 교육이 오늘날 교육을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 ‘교육의 종말’(The End of Education)의 저자 Neil Postman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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