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 대한 무관심’이 문제, 학교위상 높이려는 ‘공동노력’ 필요

학생들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학생회 선거가 올해 역시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학생회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은 몇 년째 계속돼고 있는 것으로 학생회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정우식(철학 93졸) 91년 총학생회장, 유영빈(경영 05졸) 03년 총학생회장과 지난 7일 본사회의실에서 좌담회를 진행해 학생회 위기의 원인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편집자

  

참석자 : 정우식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철학93졸·91년도 제23대 총학생회장>
             유영빈
            <한국청년단체 협의회 사무처장·경영05졸·03년도 제35대 총학생회장>
사 회 : 정동훈 <동대신문사 편집장>
일 시 : 2008년 11월 7일 오전 10시
장 소 : 동국미디어센터
 

 

▲ 유영빈(경영 05졸) 제35대 총학생회장
▲ 정우식(철학 93졸) 제23대 총학생회장

 

 

 

 

 

 

 

 

 

 

▲사회 = 학생자치기구가 위기라고들 한다. 우리대학의 경우, 2008년도 총학생회를 건설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생들이 개인주의, 취업몰두, 탈정치적 성향 등을 보이면서 대학사회 속에서 학생들의 역할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90년대와 2000년대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선배들과 현재 학생회의 위기를 토론해보고 학생회가 모색해야 할 방향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1990~2000년대 학생회의 회고

먼저 각각 학생회 활동을 했던 시기의 학생회 모습과 당시의 학생회 위상에 대해 듣고 싶다.

△정우식(이하 정) = 당시 학생회는 민주화와 통일의 바람이 거셌던 시기에 출범했다. 나라의 민주화나 통일에 대한 열망들로 학생자치에 대한 의식들이 높았던 때였다. 명지대 강경대 열사 구타치사사건과 함께 대외적인 시대상황 때문인지 학생회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였던 때이기도 했다. 학생회 내의 학회활동도 굉장히 활성화돼 있었다. 학우들도 취업문제에 대해 시달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당시 학생회는 건설적인 비판과 신뢰 속에서 학우들의 실질적인 자치조직이자 학우대중의 의사와 이해를 대변하는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유영빈(이하 유) = 2003년에는 90년대를 지나면서 학생운동도 어려워졌고 학생회가 침체기를 맞게 됐다. 그러다보니, 이전에 비해 학생들의 참여의 폭도 줄었고 요구에 맞게 다양한 가치를 담을 수 없던 체계와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학생회 체계와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학생회의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하는 바였다. 대통령 탄핵 반대시위 같은 사회적인 사안에 대해 학생들의 관심은 있었지만, 그런 가치들을 학생사회 안에서 표현하기 위한 형식들이 제대로 고민되어지지는 못했다. 전체적으로 학생회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모색해나가는 시기였다

▲사회 =2008학년도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못해 학생자치에 대한 학내외 우려가 높다. 이러한 학생회 선거 무산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 = 올해 102주년을 맞은 명문 사학 동국대에서 학생자치조직의 상징인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못한 것은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이는 그동안의 학생회 활동이 학내구성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해 학생대표기구로서의 신뢰를 상실한 것이 원인이지 않았나 싶다. 교수사회나 직원사회에서도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 학내구성원 모두가 학교의 주인인 만큼 08년도 학생회 선거 무산은 실제로 학내 구성원 모두의 동반추락이라 말할 수 있다.

△유 = 어찌보면 학생들이 뽑을만한 인물이 없다는 사실을 반증하기도 한다. 또한 지금이 ‘현 시대에 걸맞는 학생회라면 어떠한 형태를 띠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선관위에 의해 학생회후보 자격이 박탈된 것은 우선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학생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일부 사람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자치 위기원인은 ‘무관심’

 

▲사회 =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학생자치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학생들의 무관심이라는 지적이 많다.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의견을 듣고 싶다.

△유 = 다양해진 가치를 하나의 정책으로 집중시키는 학생회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고질적인 문제다. 학생회를 하고자 하는 이들의 가치관과 학생들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의 괴리가 학생들의 무관심을 불러오지 않았나 싶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개개인들의 의사와 요구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소통의 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 = 학생들이 과연 학생회 활동에 무관심한가.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과 관심이 아예 없다는 의미인 ‘무관심’이라는 말은 다른 말이다. 학우들이 바로 자신들과 직결되는 학교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그동안 학우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학생회에 대한 또 다른 관심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결코 학우들이 무관심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당대 학생회마다 모든 어려움과 갈등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한 불만들이 학생운동으로 이어지든 선거불참여로 이어지든, 학생회는 그 속에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를 해결하기 위한 실현방안을 모색해 학우들의 신뢰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무관심하다”라고 느끼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귀를 열고 학우들을 위해 무얼해야 하고 어떻게 그들의 신뢰를 얻어낼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것이다. 진짜 문제는 학생들이 학생회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학생회 활동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학생들의 요구와 그들의 현재에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사회 = 동국대 학생회에서 중요한 분기점 중 하나가 2000년도 새터사건이다. 많은 학우가 이 새터를 가던 중 버스사고로 운명을 달리했고 수습과정에서 뒤늦게 계약과정에서의 이면계약이 드러나 학생회의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학생회 간부들의 도덕성이나 순수성, 그리고 그들의 자세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는가.

△유 = ‘2000년도 새터사건’은 안타까운 사고였다. 학생회를 하고자 하는 사람의 자세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규정들을 하나씩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학생회의 기본적인 운영방식은 솔직하고 투명해야 한다. 학생회 안에서 운영 예산사용과정과 서류관리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들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정 = 마찬가지로 계약의 과정들이 학내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는 것의 필요가 절실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건이라 생각한다. 학생들의 안전에 대한 학생회의 불감증뿐만 아니라 학생회 간부들의 책임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 최근 환경연합에서도 투명하지 못한 회계운영체계를 악용한 공금 횡령같은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그것은 시스템 문제도 있지만 개인의 잘못된 내면이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당당해야 목소리에 힘이 생기는 법이다. 기본이 무너지면 아무리 좋은 정책과 대안도 힘없이 무너지는 법이다.

 

학생회 위상의 문제

 

▲사회 = 지난해 신정아 사건과 로스쿨 탈락으로 인해 학교분위기가 침체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정 = 학교는 공동운명체다. 학생회는 간부들에 의해서만 운영될 수 없다. 학교 당국도 마찬가지다. 학교가 학우들의 대표로서 학생회를 인정해 줘야만 학교운영의 파트너로서 학생들을 인식할 수 있다. 학생, 교직원, 교수사회가 삼위일체가 되어 동국대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한 공동의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어떤 프로젝트일는지는 지금부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문제다.

△유 = 졸업 후 뉴스를 통해 이런 소식들을 접하게 되면 마음이 편치 않다. 학생회는 내부견제나 비판기능을 늘려 자정능력을 길러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학생회 자체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앞으로도 계속해서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고 본다.

▲사회 = 다른 대학들과 달리 우리대학은 종립대학의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재단과 학교, 교수, 직원 사이에서 학생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 = 종립대학이라고 해서 학교, 교수나 직원 사회에서 특별한 학생회의 역할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학생회 자체가 ‘재단이나 종단에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활동을 해야 하는가’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건학이념을 잘 숙지함과 동시에 학내 다양한 문제해결과정에 있어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 학내구성원 서로 상생하고 공존할 수 있는 인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가치관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것이 불교의 연기법이기도 하다. 이는 상호간의 존재의 연관성을 인정하고, 21세기 시대적인 가치를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이다. 때문에 학생회의 일꾼들은 적어도 불교의 기본정신에 입각해 현 시대정신과 학생들의 목소리를 합치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유 = 다른 종교에 대한 제도나 특징에 대해 배타성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참선, 명상, 자기성찰 등으로 대표될 수 있는 불교가 학교발전과 학문적 연구에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대인들이 급속한 자본주의와 위계질서를 중요시하는 전근대적인 요소들과 혼재돼있는 상황에서, 같이 살아가는 상생의 미덕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굳이 재단과 학교, 교직원 사이에서 학생회 역할을 따지자면, 학생회는 학내구성원들 사이에서 생동감 있고 새로운 제안들을 동국가족들에게 제안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 후배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 = ‘관심’이란 말로 끝을 맺고 싶다. 자기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것처럼, 학생들과 동국대학교에 관심을 갖고 사랑을 해달라. 관심이 가는 곳에 에너지를 쏟게 마련이다. 말보다 중요한 것은 눈길이고 행동이다.

마음에 사무치면 돌에도 꽃이 핀다는 말이 있다. 돌덩이에도 꽃이 필 수 있다는 데 학우들 마음속에 꽃을 피울 수 있지 않을까. 남의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나 자신, 학생회, 동국대학교, 우리 나라에 대해 스스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 희망적인 내일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유 = 08년도 총학생회선거가 우여곡절 많은 선거과정을 거쳤던 만큼 후보가 몇팀이 나오건 기본적으로 밑바탕에 깔린 것은 학생들을 위해 복무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후보들은 감정대립이나 혼탁한 선거과정없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정정당당한 선거를 진행했으면 좋겠다. 또한 2009년을 대비하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표현이 넘쳐나는 선거였음 한다. 선거라는 계기를 통해 학생사회 안의 소통의 장이 좀 더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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