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욱(국문 85졸) 동문
작가
진부한 말이지만 사람의 생명은 유한하다. 언젠가는 죽음으로 끝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람이 쌓아놓은 발자취를 생애라 부른다. 사람은 그 생애 동안 뭔가를 생각하고, 이루고, 마친다.

얼마 전까지 책을 한 권 만들면서 정말 무수하게 많은 사람들의 생애를 읽게 됐다. 사람들은 시대에 따라 처지에 따라 온갖 다양한 일들을 벌여왔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마침표로 자신의 생애를 마감했다.

마침표를 찍은 것이야 모두 같아도, 마침표를 찍기까지의 행적을 보면서 아주 평범하지만 아주 진지한 고민을 했다. 그들은 자기 생애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만들어 놓은 생애에 돌이켜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과연 만족했을까? 후회했을까?

사람이 자신의 삶을 만드는 것은 결국 주어진 상황에 대한 끝없는 선택의 과정이다. 이렇게 할 것인가? 저렇게 할 것인가? 그리고 사람은 그 중 하나를 선택해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간다. 어둡고 불안한 시대일수록 선택은 어려워지고, 그 선택의 결과 또한 판이하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다.

조선 왕조가 망하고 국권을 빼앗기던 때가 있었다. 그 혼란의 와중에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선택을 했다.

망국에 기여함으로써 이익을 얻어 안녕과 행복을 얻은 사람과 이에 끝까지 저항하다 고통 받고 목숨까지 잃은 사람. 우리는 전자를 ‘매국노’나 ‘친일파’라 부르고, 후자를 ‘독립운동가’ 또는 ‘애국지사’라 부른다.

지금 돌아보니 그 사람들은 모두 망자가 되어 있다. 선택의 순간에 눈앞의 이익을 추구한 사람이나 정의와 대의를 위해 고통을 받아들인 사람이나 다 지금은 죽었다.

죽음이 현실이 되는 자리에 서면 천만 금의 재산이나 만인을 거느리는 권세라 해도 다 부질없는 것이다. 남는 것은 마침표가 찍혀진 자신의 생애뿐이고, 그 평가에 자신은 어떤 관여도 할 수 없게 된다.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 나는 정말 그 사람들의 마지막 생각이 어떠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나 나름대로 이런 답을 얻게 되었다.

생애가 진행 중일 때, 삶이 완성되기 전에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고. 내가 내 삶에 관여할 수 있을 때 만족하며 삶을 마감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야 한다고. 다행히 우리의 삶은 완성되지 않고 진행 중에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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