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에 장신이라는 대신이 있었다. 장신은 양왕에게 사치를 일삼는 신하를 멀리하고, 왕 또한 사치한 생활을 그만두고 국사에 전념할 것을 충언했다. 그러나 오히려 왕은 장신에게 욕설을 퍼붓고 말을 듣지 않았다. 5개월 뒤 진나라가 초나라를 침공해 양왕은 성양으로 망명하게 됐다. 양왕은 그제서야 장신을 불러 “지금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겠으나 그래도 이제 과인이 어찌해야 좋을지 알려줄 수 없겠소”라고 물었다. 그러자 장신은 “토끼를 보고 나서 사냥개를 불러도 늦지 않고, 양이 달아난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습니다(見兎而顧犬 未爲晩也 亡羊而補牢 未爲遲也)”고 말했다. 여기서 비롯된 망양보뢰(亡羊補牢)는 현재 통용되고 있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부정적 의미가 아니다. 본래 의미는 이미 양을 잃은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실패 또는 실수를 해도 빨리 뉘우치고 수습하면 늦지 않다는 말이다.

▲멜라민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중국 싼루유업이 멜라민 성분이 함유된 어린이용 분유를 유통했고 이를 먹은 중국 어린이 4명이 숨지면서 멜라민 공포는 세계로 확산됐다. 싼루유업 분유에 멜라민이 검출된 이유는 젖소를 키우는 농민들이 우유를 물로 희석 후 희석된 우유의 단백질 함량이 높게 측정되도록 질소성분이 많은 멜라민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용 분유에서는 아직까지 멜라민 성분이 검출 되지 않았지만 멜라민 함유가 의심되는 과자제품이 482개로 드러났다. 다시 한 번 우리의 식탁을 잠식한 외국농산물의 위협을 느끼는 사건이다.

▲우리나라의 가공식품 원재료의 비율 중 80%가 외국산이라고 한다. 우리의 식탁 중 4/5는 외국산 식품이 채우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이들에게 맡겨진 식탁은 가격이 싸 보일지 몰라도 안전해 보이진 않는다. 뿐만 아니라 식량이 세계화 됨에 따라 다른 나라의 시장을 점유하기도 하고 바이오매스 에너지원 등으로 이용되기도 하면서 식량은 점차 무기화 되고 있다. 지금의 OPEC(석유수출국기구)처럼 식량수출국기구가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우리의 식탁 또한 온전히 우리의 것이 아니게 됐다. 이미 여러 차례 한국사회는 먹을거리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사회는 식량을 그저 사고파는 제품의 하나정도로 인식하는 듯하다. 식량의 무기화를 아직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지금은 기침을 하고 있지만 얼마후엔 각혈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 한국사회는 망양보뢰의 본래 뜻을 곱씹어 봐야 한다.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인식이 제고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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