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위원

 부처님이 활동하던 시대의 인도에는 종교백화점이라 할 정도로 종교가 많았다. ‘육사외도(六師外道)’로 불리는 유력한 종교 외에도 92종의 사견(邪見)이 있었다. 이들은 자기 종교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다른 종교를 깎아내렸다. 음모와 손괴, 살상도 마다하지 않았다. 외도들이 이렇게 배타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자기종교에 대한 ‘절대적 믿음’ 때문이었다.

이들만이 아니다. 모든 종교는 기본적으로 자기종교의 주장을 ‘진리’라고 믿는 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일부 종교는 “진리를 위해서는 다른 것은 다 배척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세의 십자군 전쟁이나 최근의 중동전쟁, 탈레반의 바미얀 석불파괴와 같은 만행은 그 뿌리가 극단적 종교독선에 있다. 이에 비해 불교는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비합리적 주장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불교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독선은 없다. 이런 입장이 잘 나타난 경전이 장아함 16권 ‘나형범지경(裸形梵志經)’이다.

어느 날 부처님에게 벌거숭이 외도가 찾아와 ‘당신은 다른 종교 수행자들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고행하는 사람들은 비난한다는데 사실이냐’고 따진 적이 있다. 그러자 부처님은 ‘다른 종교의 가르침이라도 나의 가르침과 같은 것도 많다. 그런데 어찌 다른 종교인을 비방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요컨대 다른 종교에도 훌륭한 진리가 있다는 것이다.

불교는 종교를 불문하고 그가 훌륭하다면 존경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보시는 누구에게나 해야 하는 것이지 특정한 사람이나 신에게 해야 복 받는 것이 아니다’ 라는 중아함 32권 ‘우팔리경(優婆離經)’의 말씀이 그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교는 토인비의 지적대로 ‘종교의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은 유일한 종교’였다. 그러나 그 관용성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장담이 어렵다.

법당 앞에서까지 ‘쭛쭛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광신자들의 도발 때문이다. 게다가 ‘장로 대통령’ 이명박 정부는 특정세력 중심의 인사편중과 종교편향을 보여주고 있다. 오죽하면 ‘고소영 정권’이라는 말이 생겼겠는가.

지난 8월27일 열린 범불교도대회는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걱정스럽다.

홍 사 성
불교평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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