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신문=달하나 천강에> 서울시 교육감으로 당선된 공정택 교육감이 8월 말 청와대를 방문하여 대통령에게 “보수후보를 단일화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또 얼마 전엔 교육청의 공적인 전자회신 통로를 활용해 기독교 종교 활동과 관련된 개인적인 소식을 알렸다고 한다. 이에 서울시 초중등교육의 수장으로서 올바르지 않은 처신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비판의 잣대는 교육의 정치적, 종교적 중립성이라는 원칙이다. 이 기준은 단순히 서울시 교육행정의 수장으로서 갖추어야만 하는 덕목에 불과하지 않고 헌법적 사안이기도 해서 더욱 문제가 된다.

사실 교육과 정치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보았을 때, 교육행정 수반의 정치적 당파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법적 자유인으로서 정치적 판단과 행동 또한 헌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문제는 그러한 개인적 신념을 갖는 것과 행정수반으로서 공인이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명확히 구분되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사적 개인과 공적 개인의 구분은 근대의 탁월한 발견이다. 사인(私人)으로서 자유와 공인(公人)으로서 책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근대 문명의 관점에서 거의 ‘야만적인’(!) 행동에 해당된다. 공 교육감의 발언은 거의 정당인의 발언 수준에 해당할 정도로 노골적인 정치적 당파성의 표현이다. 또한 종교적으로 편향적인 처신도 그러한 공인의 책무를 망각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보여주듯이, ‘교육의 정치화’ 현상은 교육과 정치를 완전히 분리시킬 수 없었다. 이에 비한다면 공인으로서 종교적 중립성은 서구 선진국에서는 대체로 사회적으로 확고히 합의된 원칙에 속한다. 서구 사회가 과거 종교 갈등으로 말미암아 겪은 아픔을 사회적인 대타협의 수준에서 만들어 낸 일종의 불문율에 가깝다. 서구가 그토록 자랑하는 관용이라는 미덕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공인의 종교활동 또한 극히 사적인 영역으로 제한시키는 전통이 만들어졌다. 기독교 국가인 유럽 제국(諸國)에서조차 이러한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데, 기독교 국가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기독교 편향적인 행동에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공 교육감의 처신이 정치적, 종교적 중립성이라는 덕목을 위반했다는 데에만 문제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민복지의 성격이 강한 초중등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수장이 특정 정파, 종파, 혹은 계층에 편향적인 교육정책을 추진했을 때 생기는 파국적인 결말이다. 국제중 신설을 비롯한 서울시교육청의 일련의 교육정책이 계층 편향적이라는 지적은 공 교육감이 보이고 있는 정치적, 종교적 편향성과 완전히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교육이 사회를 통합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국가 과제라는 점에서 큰 걱정이다. 공 교육감에 간곡히 부탁한다. 공인으로서 원칙을 지키길. 그리고 독실한 기독교도로서의 신앙생활과 한나라당 지지자로서 정치적 신념은 사적인 영역에서 맘껏 향유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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