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 생활은 어쩌면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바쁜 날들 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편히 쉬던 날들이 그리웠고 계속 퇴짜 맞았던 원고가 통과 되면 그제야 한숨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습기자였던 내 1학년 1학기의 시간은 정말 아깝지 않은 보석과 같은 시간들이었다.

입시에 한창 찌들던 고등학교 3학년 때 불확실한 미래와 알 수 없는 세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오르지 않는 성적을 붙잡고 어른들의 얘기를 엿들으며 세상이라는 놈을 얼핏 상상하는 것 뿐 이었다. 그 때의 끝없이 펼쳐진 어둠의 터널은 나에게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이었다. 그저 바깥의 빛을 보고 싶은 심정 뿐 이었다. 이러한 세상에 대한 호기심 속에서 책과 신문이 보여준 세상은 수많은 빛의 향연이었다.

하지만 터널에서 갓 나온 나는 곧 수많은 빛 사이에서 나만의 빛을 찾는 연습을 해야 했다. 어두운 우물에서 갓 나온 개구리가 태양의 빛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듯이 빛의 향연인 지식과 사실 속에서 나는 나 자신만의 진리를 찾아야했다.그런 빛을 찾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주장을 기사로써 강하게 어필하고 여론을 이끌어가는 기자라는 직업은 나를 크게 매료시켰다.

그런 꿈을 가지고 들어 온 신문사는 나에게 채찍과 당근 두 가지 모두를 제공했다. 매주 돌아야하는 출입처와 셀 수 없는 퇴고 원고들 정신이 혼미해지는 신문 조판 일까지 정말 내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한계를 시험해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신문사는 내게 사회적 흐름에 대한 현실감각과 정보가 흐르는 과정들을 보여주었다. 대학 사회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었고 이 대학사회의 모든 정보가 흘러들어오는 대학 신문사에서 정보의 흐름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나에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거짓의 빛은 싫다. 그 빛을 쳐다보고 있으면 그 빛에 희생되고 있을 사람들이 생각나 안타까와진다. 난 기자는 자신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 자체가 큰 권력이기 때문이다. 그저 강자의 이익만을 위한 펜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빛이 되는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각자의 시각과 시선들이 있는 건 알지만 진실을 굳이 거짓이라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억지들은 나를 불편하게 한다.

이번 촛불 시위를 기자의 눈으로 보며 느낀 점도 참 많았다. 앞으로 신문사 일은 만만치 않겠지만 내게 진실의 빛을 보도하는 기자란 직업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앞으로 더 좋은 기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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