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무자년 하안거에 들어갔다. 조계종 전국 100여 곳의 선원에서 2200여명의 스님들이 참선 정진을 시작하였다. 해마다 여름과 겨울의 두 번 안거가 이루어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하안거 결제를 기하여 결계(simabandha, 結界)와 포살(posadha, 布薩)제도를 전국적으로 실시하기로 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조계종 소속 모든 스님들은 거주 사찰의 해당교구본사에 결계 신고를 하고 포살에 참여해야 된다는 것이다.

결계란 승가 구성원들이 권리와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며, 스님들이 해당 결계 내에서 승가의 구성원이 될 때 약속한 학처(學處) 즉 계율을 확인하는 설계(說戒)가 포살이다. 그래서 이번 결계와 포살의 시행은 승가의 청정성을 회복하고 유지하는데 큰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포살은 또한 승가대중의 화합을 도모하는 좋은 방편이기도 하다. 승가란 화합중을 의미하는데 율장에서는 화합이 동일계 내에서 포살 설계 등을 함께함으로 해서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대중들이 비록 다투거나 논쟁과 주장으로 얼룩져도 동일계에서 포살 등을 계속 수행할 수 있다면, 화쟁은 언젠가 성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 당시부터 행해졌던 결계 전통이 현재 조계종단에서 총림, 선원, 강원, 율원, 등에 존속되고 있기는 하나, 소수승가로 구성된 사찰이나 포교당과 그 외 개별 수행처를 주처로 하는 구성원들도 교구본사 중심으로 결계에 의한 여법한 대중으로서 포살의 의무를 지키게 한 것이다. 그리하여 종단 구성원 전체가 대중 공의에 의하여 모든 일을 결정하는 갈마에 참여할 권리를 갖게 한 것이다. 본래 승가의 회의는 한사람만 빠져도 별중으로 회의가 성립되지 않는다. 혹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위임을 할 수 있으니 이를 여욕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번 결계법의 시행은 승가의 토대 즉 화합의 공의를 출생시키는 전통에 근거한 것이다.

요즈음 교내 · 외에서 보이는 깊은 갈등과 투쟁의 모습은 구성원 전체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임을 알 수 있다. 출가공동체에서 행해지는 결계법의 장점이 재가보살, 더 나아가 사회일반에도 확산되어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전 해 주
불교대학 불교학과 교수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