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학 102주년 기념 교수회장 축사

102라는 숫자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학은 손으로 꼽는다. 한동안 이 숫자의 의미, 전통과 권위는 동국대라는 이름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느껴지는 존재이유의 전부이기도 했다. 만해 한용운이 상징하는 그 꿋꿋한 민족사학의 이미지, 부처님의 이타사상을 건학이념으로 하여 식민지라는 가혹한 상황에서도 스님들은 분연히 일어났고 그것이 동국대학이다.

해방이후 4·19 학생시민혁명과 87년 민주화 대투쟁을 거쳐 동국대는 꿋꿋히 민족사학의 전통에서 한점 부끄러움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신정아 사건으로 많은 의혹들과 학내구성원들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한 제도 개혁, 결정적으로는 로스쿨의 탈락 등으로 동국대의 전통은 부끄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왜 이런 일들이 자꾸 일어나는 것일까. 구성원과의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학교당국의 제도개혁이란 것 때문이다. 개혁을 하려면 구성원과의 충분한 합의가 있어야 함이 상식이다. 설령 그 개혁이 훌륭하다 할지라도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결국 파멸에 이르게 만들 것이며 매스컴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관료적 개혁이 되고 말뿐이다. 이곳은 학문을 연구하는 학교이지 기업도 공무원 조직도 아니다. 이 점을 망각함으로 인해 학교는 더 이상 회복할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달려가고 있다. 누가 이 흐름을 멈추게 할 것인가. 

개교 102주년을 맞이하여 축하를 해야 할 마당에 너무 씁쓸한 기분이 들고 우울해진다. 교수회는 학교당국의 처사를 비판하였다 하여 대학당국으로부터 완전히 절연을 선언당한 셈이 되었다. 더욱 놀라운 일은 학생회 구성마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동국대 역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학교당국은 학생회나 교수회가 학내구성원의 기본이라는 점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학교당국이 추진하는 모든 정책이나 변화들은 암흑시대의 일이라는 것이 후일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개교 102주년에 임하여 지나간 선배들과 선생님들의 각고의 노력을 생각하면서 엄숙하게 다짐한다. 타는 목마름으로 다시 불러본다. 민주화여. 동국은 민주화의 성지가 아니었던가.

정재형
동국대학교 교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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