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생태계를 위한 적정한 인구밀도는 얼마이어야 하는가? 자연 친화형 주거문화를 갖추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는 지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주위 환경은 삭막하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의 어느 곳을 가도 사람 살만하다고 느껴지는 곳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인구가 몇 만 천명도 살지 않는 시골에도 고층 아파트를 지어대고 하천은 병들어 가고 있다. 어찌 보면 집짓기에 한이 맺힌 귀신에게 홀린 듯이, 보기에도 흉한 개발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주거문화의 축이 단독주택에서 아파트 주거로 이동되면서 우리는 교통, 환경 및 에너지 등 예기치 못했던 도시문화에 적응하느라 시달리고 있다. 주말이면 산을 찾고 도시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고자 골프장을 찾는 인구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삶에 대한 정서도 메말라 오가는 말이 거칠고 이웃 정을 느끼며 인심 좋은 우리의 본래의 정서를 잃은 지 꽤 오래된 듯하다. 도시화, 산업화 및 경제성장에 대한 대가치고는 헤아릴 수 없는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대규모 하수처리가 남긴 문제

 19세기의 런던은 산업혁명의 덕으로 세계에서 가장 산업화된 지역이었다. 템스 강변에 밀집된 건물과 공장에서 배출된 하수가 직접 강으로 유입되면서 수인성 전염병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1876년 영국정부는 강으로 직접 하수의 배출을 금지하는 하천오염방지법을 제정하였다. 런던 시내에 하수관거가 거미줄같이 깔리고 하류지역으로 하수를 모아서 처리하는 대규모 하수처리장들이 건설되었다. 하수를 한꺼번에 모아서 대형 처리장에서 정화하는 대규모 집중화 방법이 일반화되었다. 서울에도 4개의 대형 하수처리장이 있다. 청계천과 중랑천 유역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150만t 이상의 하수는 중랑하수처리장에 모여 처리된다. 규모의 경제에 따른 하수처리 비용의 절감과 유지관리의 편리함 등이 하수처리장이 대형화되는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우수와 하수를 같이 수집하는 하수관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도심하천이 복개되었다. 따라서 하천이 도로로 변하거나 건천화되어 도심의 친수환경이 사라져갔다.

 환경부는 작년부터 소양강댐, 충주댐, 대청댐 등 우리나라 주요 댐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하여 댐 상류지역에 중소규모 하수처리장의 신설 및 개량사업을 시작하였다. 환경관리공단에서 시행하는 이 사업은 댐 상류지역에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마을에 하수관거를 설치하고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하수가 발생되는 지역 단위로 소규모 처리장을 건설하면 장거리 하수관거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깨끗하게 정화된 하수를 처리장 근처의 도랑이나 개천에 방류하면 된다. 하수처리시설의 소규모 분산화를 통하여 하천의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다. 특히 처리된 방류수의 수질을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공개하여 시설운영에 대한 일반인들의 신뢰감을 향상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런 소규모 마을하수처리장의 건설 및 운영은 우리나라의 정보기술의 발전과 인프라 구축 때문에 가능해졌다. 소규모 분산화된 하수처리장의 건설 및 운영기술은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보다 앞서 간다고 할 수 있다.

 소규모 처리장의 건설을 댐 상류지역같이 분산된 작은 마을에만 제한할 필요는 없다. 서울의 뉴 타운같은 재개발단지나 하천복원이 진행 중인 하천의 상류지역에도 소규모 하수처리장을 공원이나 공공시설의 주차장 지하에 건설할 수 있다. 정화된 물은 중수도로 재이용하거나 단지 내에 쾌적한 친수공간과 하천의 유지용수로 활용할 수 있다. 예전에는 하수처리장이 혐오시설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 건설되는 하수처리장은 모든 시설을 지하에 설치하고 지상은 공원이나 체육시설로 이용하기 때문에 인근 주민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환경부는 판교신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같은 신도시 건설에도 소규모 분산화 정책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소규모 발전기술로의 전환

 이러한 수질보존 대책의 경험은 전력산업에도 예외가 아닌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대형 발전소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생산된 전기는 전국에 거미줄같이 깔려 있는 송전선을 통하여 보내진다. 장거리 송전선과 배전으로 5% 정도의 전력손실이 발생되고, 수많은 송전탑이 아름다운 산과 들의 경관을 헤치고 있다. 발전소가 대규모로 건설되는 이유도 다른 환경시설의 대규모화와 비슷하다. 소규모 가스보일러 기술의 발전으로 수년 전부터 아파트들이 중앙집중식 난방에서 편리한 개별난방으로 전환되는 것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청정에너지기술이 발전하고 열효율이 높은 소규모 열병합 발전기술이 개발되면서 에너지 분야에서도 소규모 분산화가 진행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원 가운데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풍력, 태양광, 연료전지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신재생 에너지원은 화석연료가 아닌 바람, 태양 등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원을 이용하며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등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교토 의정서(Kyoto Protocol)로 대표되는 국제환경 협약은 신재생 에너지원의 이용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각인시켰다. 즉, 신재생 에너지원은 국가차원의 에너지 안보, 환경문제, 그리고 국가경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원이 전력계통에 설치되면 전력계통에 큰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이다. 우선 기존의 대규모 발전, 고압송전으로 대표되는 전력시스템은 수용가 주변의 소규모 분산발전, 저압배전설비로 점차 대체될 것이다. 이는 장거리 송전에 의한 송전손실 저감과 고압송전선로의 사고로 인한 대규모 정전사태를 방지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의 전력계통은 첨두부하에 대처하고 계통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도 신뢰성 있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설비 면에서 약 30% 정도 과잉투자 되어 있다. 신재생 에너지원이 계통에 분산되어 설치되고 각종 에너지 저장설비 및 수소에너지를 이용한 연료전지 등이 확산되면 부하변동에 순시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 첨두부하에 의한 추가설비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산업화시대에 건설된 대규모 집중화된 시설이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전력 및 환경기술 등에 정보기술이 접목된 융합기술의 발전으로 소규모 분산화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환경의 변화는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술개발과 시장을 개척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백수현
공과대학 전기공학과 교수
대한전기학회 차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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