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교수 인터뷰 - 동 철 교수(이과대학 물리학과)

 가득히 쌓인 연구서적들과 차곡차곡 갈무리 해둔 물품들. 동철(물리학) 교수의 연구실은 ‘마지막’이라는 분위기가 한껏 느껴졌다. 그 가운데서 눈길을 끈 것은 최근 판서한 흔적이 역력한 칠판이었다. 칠판에는 갖가지 물리학 수식들이 빼곡했다.

 “최근 물리학의 동향과 학생들의 질문을 풀이한 것”이라고 말하는 동 교수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베어 있었다. 83년도부터 25년간 캠퍼스에 몸담은 그였지만 아직 하고 싶은 연구도 남았고 가르치고 싶은 것도 많다는 감회가 칠판 속에 모두 담겨 있는 듯 했다.

 역사의 흐름과 함께한 그의 삶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해방 이후 부모님과 함께 월남하여 무일푼으로 시작했다. 젊은 시절에는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직접 경험하며 격한 시절을 보냈다. 교수 생활을 막 시작했던 때도 연구실 안에 최루탄 연기가 빠져나갈 새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어려운 시절에 학업을 계속하기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동 교수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모두 부모님 덕분이다”라고 말을 이었다. 부모님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그 시절에 외국 유학까지 갈 수 있었다. 그의 노모는 현재 98세. 노모 때문에 밤늦게 들어가지도 못한다는 동 교수의 모습에서 냉철한 학자 이면에 있는 인간적인 면모가 엿보였다.

 평소 학점이 짜기로 정평이 나있는 그. 그것은 ‘알아야 할 건 하늘이 무너져도 알아야 한다’라는 확고한 교육철학 때문이다. 사실 동 교수는 상당수 ‘골수 팬’을 이끌고 다닌다. 엄격하지만 내실 있는 강의를 듣고 싶은 학생들이 일부러 그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의 퇴임 후 계획도 ‘연구와 학생’이라는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앞으로 사설 연구소를 설립해 물리학 연구와 후학들을 양성하는 것이 꿈이라며 열정을 과시했다. “요즘 학생들은 너무 가벼운 것 같아. 하고 싶은 일에 전심전력한다면 언젠가는 이뤄지지 않겠어?”하고 조언하는 동철 교수. 변치 않는 제자 사랑과 연구열이 그의 퇴임을 더욱 아쉽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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