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TV에서는 연일 희화화되고 풍자된 정치인이 등장한다. 그들은 수없이 코미디 소재가 되고 패러디되며, 무능하고 신뢰하기 어려운 인물로 그려진다.
그런가하면 재미삼아 보는 거짓말 유머에서 정치인은 말한다. “뇌물은 받은 적이 없습니다”라고.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정치인은 곧잘 거짓말에 연루된다. 최근 정치권은 뻔히 보이는 이 새빨간 거짓말 때문에 또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 지난 10일 경희대 권영준 교수가 “정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밝히며 증권선물거래소 감사 후보 추천위원장을, 정광선 중앙대 교수 역시 같은 이유로 위원직을 사퇴했다.
이에 이튿날 청와대는 “감사 인선 과정에서 압력을 가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박병원 재경부 차관이 여러 차례 인선 조건을 거론하며 사정했음이 밝혀지자, 이내 “통상적 인사협의는 했지만 압력을 넣은 적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 본래 증권선물거래소는 성격이 공적이기는 하지만 증권회사와 선물회사들이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는 사기업이기 때문에, 청와대나 행정부처가 감사 선임에 관여할 만한 명분이 없다.
또한 非재경부ㆍ非고시(考試)ㆍ부산 출신으로 자격요건까지 못박아두고 ‘통상적 인사협의’였다고 우기고 있다. 또한 권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힘센 감독기관이 피감독기관과 인사 문제를 놓고 협의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 애초 코드인사에서 비롯된 ‘말 바꾸기’가 이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만큼 의혹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거래소 감사는 청와대에 의한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 후보자개인의 역량에 의해 당락이 좌우되어야 한다.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워터케이드 사건 때 거짓말로 중도 사임한 바 있다.
청와대는 주요한 정치주체로서 ‘말의 무게’를 깨닫고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거듭 실추된 신뢰는 ‘공허한 메아리’만을 낳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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