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팔정도 앞에서는 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학내 기자들을 부른 총학생회 후보 기호1번 측의 사퇴발표가 끝나는 순간, 기호2번 측이 중심이 된 삼보일배 행렬이 곧바로 이어지는 진풍경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묘한 기운이 흐른 것은 선거기간동안 양측 후보를 둘러싼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2주간 동악은 총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상대방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글들과 대자보로 시끄러웠다.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 일부 학생들은 온라인상에서 각기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글로 편을 갈라 싸우듯, 매일매일 새롭게 터져 나오는 폭로와 비난 속에 연일 게시판이 뜨거웠다.

이러한 싸움 속에서 선거는 1번 후보 측의 사퇴와 2번 후보 측의 후보자격 박탈로 무산됐다. 이와 함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정평주ㆍ야간국제통상4)는 모든 중앙 선거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로써 2008년도 선거는 방향을 잃고, 학생들의 뜨거웠던 선거공방 역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하다. 올해 안에 재선거가 치뤄지지 않을 경우 40대 총학생회의 선거가 이뤄지기 전까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운영된다. 또한 비대위장은 학생대표자들 중 한명이 맡게 된다.

지난 2005년 당시 선거 출마자가 나오지 않고, 이후 진행된 재선거에서도 단독입후보자가 선거전 후보직을 사퇴하는 일이 있었다. 이로써 1년 남짓 총학생회 대신 비대위 체제로 운영됐다. 그 해, 각 단과대 학생회장들로 구성된 비대위는 예산분배의 공정성 문제와 등록금 인상방안에 대해 학생들의 통합된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

때문에 전반적인 학생복지 문제에 대해서도 그 역할을 다 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처럼 학생들의 직접선거로 당선된 공식적인 총학생회가 아닌, 비대위 체제의 운영은 자격의 당위성과 책임감 부족으로 제 힘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이대로 선거가 아무런 대책 없이 연기돼 버린다면, 제 40대 총학생회의 출범을 대신해 꾸려지게 될 비대위는 당장 1-2월에 있을 학교 측과의 등록금인상에 대한 대책방안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인정받은 공식기구가 아닌 비대위가 얼마만큼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총학생회는 학교 주요 정책에 전체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학교 당국에 요구하며 학생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총학생회 선거를 ‘파행’이란 이름으로 미룬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학생들이 짊어지기 마련이다.

선거논란과 함께 이어진 학생사회의 분열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올해 뜨거웠던 선거 공방이 결국 ‘제 살 깎아먹기’식 싸움으로만 기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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