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책 = 후보자 공약(?!)

일부후보, 진행중이거나 확정된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워

총학생회장 선거와 관련해 학교 측이 시행중인 사업을 특정후보가 학생회 공약으로 내세운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학교예산편성과 사업에 대한 정보 출처가 어디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후보자와 학교 특정 부서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공약을 제시한 기호1번 후보 선거본부는 “대학원생, 교수, 학교 관련 업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직접 정보를 수집했으며 특히 대학원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과 달리 학교 측의 예산기획이나 장학, 사업 분야는 각 부서에서도 소수 직원들에게만 정보가 공개되는 분야로 알려져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공약을 살펴보면 장학관련 공약, 후문 에스컬레이터 설치, 영어기숙사 설치, 교환학생 교류대학 확대 등이다.

장학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사찰에서 기부금을 받아 장학을 신설하고 확대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공약은 현재 학교측이 사찰에서 받은 기부금으로 운영하고 있는 ‘불자청년지도자 육성 장학’정책과 정확히 일치한다.

학교당국에 따르면, ‘불자청년지도자육성장학금’은 석왕사, 봉은사, 불광사, 진관사, 도선사 등 5개 사찰에서 기부금을 받아 운영하는 것으로 도선사 장학생은 이미 선발되었고 나머지 사찰 장학도 학생 선발을 진행 중인 정책이다. 학교 측은 계속 전국의 유명사찰 장학을 확대시켜 장학금을 유치해 나갈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학교가 이미 운영중인 장학 사업을 학생회가 주도하는 듯한 공약으로 만든 것이다.

또한 중문, 후문에 에스컬레이터 설치를 2월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또한 올초부터 학교가 중문과 후문의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마련하고 학생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서울시와 협의중인 사안이다. 중문 에스컬레이터는 서울시 예산을 지원 받기로 했으나 신정아 사건으로 인한 특혜의혹으로 보류되었고, 중구예산을 유치하기 위해 기획안을 제출하고 중구청과 의견을 조율 중이다. 후문 에스컬레이터는 예산 집행이 확정돼 캠퍼스기획단에서 업체선정 및 조감도 작성 단계에 있다.

학교 관련부서 ‘불쾌감’

이에 대해 고기훈(국제통상3) 후보는 “중문, 후문 에스컬레이터 설치에 대해 학교 측은 시행업체를 선정중이라고만 이야기하며 설치를 미루고 있다”며 “내년 2월까지 설치 할 수 있도록 확답을 받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학교측 담당직원은 “중문 비탈길은 서울시 땅이기 때문에 학교의 독자적인 건설이 이뤄질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후문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업체 선정을 위한 공개입찰이 진행중이고 광장 및 쉼터 설립 등 주변 조경사업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라 겨울인 2월까지는 공사가 불가능하다”며 “사업을 이끌어 가는 정황을 모른 채 교직원을 업무태만인냥 비난하고 후보공약으로 주장하는 것”이라며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외국어 강화 공약으로 내세운 ‘교환학생 교류대학 확대’는 국제화 추진단과 오영교 총장이 직접 9, 10월에 영국 및 유럽지역, 중국, 인도 대학들을 방문해 협약을 체결한 상태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학생선발을 통해 교환학생 인원 및 교류대학이 대폭 늘어나는 것으로 확정됐다. 이 역시 이미 학교측이 기획과 준비과정을 거쳐 총장이 직접 외국대학과 학술교류협정을 맺어 추진된 것으로 학생회 공약과는 무관하게 진행되어 온 것이다.

이같은 공약에 대한 일반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엄보람(전기공2) 학생은 “학생으로 생각하기는 어려운 공약이 많다”며 “기숙사설립, 사찰장학, 에스컬레이터 설립은 학교에서 이미 추진하고 있는데 총학생회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허위 공약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디시인사이드 동국대 갤러리에서 ‘부처님빠돌이’란 닉네임의 한 학생은 “후보들의 공약 중 핵심인 사찰장학과 에스컬레이터 등은 이미 학교에서 결정난 것으로 안다”며 “이 공약을 내세운 후보는 학교 정책에 무임승차 하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학교가 추진중인 정책을 내세워 학생회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학생자치라는 학생회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지도 않을뿐더러 자칫 학교가 배후에서 예산과 사업 심의 정보의 고의적 유출 의혹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점에 신중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다.

학사지원본부의 한 직원은 “학생회 후보라면 학생입장에서 할 수 있는 공약을 내세워야지, 학교 각 부서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 심지어 예산 책정이 끝난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약을 제시한 후보측은 “학교가 계획한 사업을 빨리 시행하도록 학교에 요구하는 것이 총학생회의 역할이며 공약도 그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다운 선거풍토 필요

이같은 논란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학교의 일부 부서가 학생회 선거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난 39대 총학생회는 신공학관 시공 결정과 정보문화관, 중앙도서관, 학술문화관 1개 층 증축, 외국교수를 초청해 우리학교 캠퍼스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동국인터내셔널 섬머스쿨’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학생회 활동으로 밝힌 바 있다. 이 또한 학교 측이 이미 계획과 예산 책정이 완료된 상태이거나 추진해왔던 사안이었다.

2007년도 1학기 총학생회 예산은 약 7백여 만원 정도였다. 물론 초과되는 예산에 대해서 학교 측의 협조를 구할 수는 있지만 학교가 추진하는 사업을 총학생회가 추진한 것처럼 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학교 일부부서가 특정 후보에게 구체적인 학교예산편성과 사업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도 학교측에서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학교가 학생 자치활동에 개입한다는 또 다른 의혹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회 선거에 임하는 각 후보 진영도 학생회의 예산범위와 실정에 맞게 공약을 제시하고 학생들의 평가를 받는 학생다운 자세가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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