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열스님 강남포교원장

승찬 스님에게 한 젊은이가 찾아와 자못 진지하게 해탈에 이르는 길을 여쭈었다. 이때 승찬 스님은 그 젊은이에게 누가 지금 자네를 얽어매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해탈이란 꽁꽁 묶인 것을 풀고 탈출하는 것을 의미하니 그렇게 되물을 법도 하다.

어느 누구도 나를 얽어매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젊은이가 대답하자, 승찬 스님은 젊은이의 무지함을 꾸짖기라도 하듯이 ‘그렇다면 다시 해탈을 찾을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고 타일러 말했다. 승찬 스님의 이 뜻밖의 말에 귀가 번쩍 뜨여 새롭게 세상을 보게 된 이가 바로 도신(道信)이란 분이었다.

불교에서는 그릇되고 빗나간 생각이 나를 얽어매는 것을 마(魔)라고도 한다. 그러한 마는 우리의 건강한 마음에 많은 해를 입히기 때문에 악마(惡魔)라고 말한다. 싯다르타가 붓다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악마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으로 표현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용솟음치는 부질없는 생각들을 완전히 떨쳐버렸음을 뜻한다.

‘魔逆經’에도 ‘누가 너를 얽어매는 것이 아니라 너 자신의 생각에 네가 묶여 있다. 세상의 많은 어리석은 자들이 바로 그렇다’고 했듯이, 악마는 나의 밖에 있는 어떤 대상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병든 마음에 지나지 않고,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우리는 그 누구도 악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현대인이 앓고 있는 병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스트레스라고 한다. 사실 알고 보면 스트레스라는 것이 남들이 나에게 가해오는 것도 많겠지만 내 스스로 나를 얽어매고 달달볶기 때문에 쌓이는 것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니까 현대인은 자기 속에 악마를 키우고 그 악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겠으니, 이 또한 딱한 일이 아니겠는가?

호연지기를 키우기 좋은 이 계절에 나를 얽어매고 있는 악마를 훌훌 털어버리기 위해서라도 한번쯤 날을 잡아 산사에 들려 자신의 참모습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져보자.

성열스님
강남포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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