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구의 새로운 자산될 것 … 지속적 연구지원 필요

상업음반 발매 100주년 기념 - ‘동국대학교 한국음반아카이브’를 찾아가다

‘싀골영감 처음 타는 긔차노리라 차표파는 아가씨와 승강을하네 이세상에 에누리업는 쟝사가어듸잇나 거대자고 졸나대니 원이런질색이’

누구나 한번쯤은 흥얼거려 보았을 이 노래를 기억하는가. 서영춘의 노래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유쾌한 시골영감'은 1936년 당시 큰 인기를 누리던 강홍식 부른 곡이다.

이 노래가 일제 강점기 때 발매된 음반에 실린 곡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홍도야 우지마라’,‘눈물 젖은 두만강’등 지금도 잊혀지지 않은 이 노래들은 모두 유성기음반에 기록돼 시대를 풍미했던 ‘국민애창곡’들이다.

올해는 유성기음반이 한국 최초 발매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음반 발매 100주년을 맞아 우리학교 한국음반아카이브는 한인오, 최홍매의 한국 최초 음반을 ‘한국의 첫 음반 1907’로 되살려냈다.

이 음반에는 유산가, 적벽가를 포함한 8곡의 노래가 담겨져 있다. 2,30여장 발매 되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최초의 음반들 중 찾아낸 8개의 음반에서 복각한 것이다. 앞으로는 이 음반을 시작으로 남아 있는 중요한 자료들을 순서대로 디지털화하고 CD로 제작 할 예정이다.

이러한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동국대학교 한국음반아카이브’는 작년 충무로 영상센터의 특성화 사업 예산을 배정받아 연구를 시작한 충무로 영상센터의 부속연구기관이다. 현재는 12명의 연구원들이 ‘한국 유성기음반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성기음반 데이터들은 현재 보유한 음원뿐만 아니라 매일신보를 기준으로 모든 신문 자료와 광고로 찾아낸 현존하지 않는 음반 목록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한국음반아카이브는 이를 토대로 ‘한국 유성기음반 총 목록’ 증보판 발간을 준비 중이다. 이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정리한 1900년부터 1945년까지의 자료 중 이미지를 뺀 가사와 목록을 총 정리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성기음반의 자료들을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검색 사이트를 운영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우리 근대 문화 연구의 큰 축을 이루는 것들이다. 유성기음반에는 국악, 대중음악, 외국음악, 극음악 등의 노래뿐만 아니라 연극, 영화, 만담, 구술, 음향 등의 다양한 내용이 수록돼있다.

교과서를 낭독하는 한 음반에서는 그 당시 글을 읽는 억양이 평양어와 흡사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하는 등 그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이렇듯 유성기음반의 자료들은 언어, 문학, 음악 연구 등 무궁무진한 연구의 기반이 된다.

때문에 이러한 자료들을 보유 한다는 것은 문화연구의 원천소스를 소유하는 것이다. 이 자료들에서 파생될 수 있는 무수한 연구들의 학문적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 이는 곧 학교의 학문에 대한 경쟁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동국대학교 한국음반아카이브 연구책임자 배연형씨는 “우리학교에서는 음대가 없어서 중요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음악계와 국악계에서는 이 사업이 초미의 관심사”라며 “현재 미국과 일본 등에서도 음향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투자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장소인 만큼 그를 위한 기초 기반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연구자들을 지원해 주는 것은 대학의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학교 측은 음반연구를 위한 거점을 도서관에 유치하는 등, 관심을 가지고 연구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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