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안한 것 같기도 하고…” 사과대 A양의 푸념이다. 그녀는 지난 2주간 대부분의 수업을 듣지 못했다. 신청했던 수업 하나는 폐강됐고 정정하고 싶은 수업도 생겼다. 계획했던 시간표가 엉켜 정정기간 때 다시 시간표를 짜야만 했다. 정정 후, 들어간 강좌들 가운데 이미 몇 차례 강의를 한 것이 있었다.

“오늘 이 수업에 처음 들어온 학생들을 위해 설명합니다. 조별발표는 어쩌고…” 교양강좌 B교수의 4번째 강의 첫 마디다. B교수는 현재 4번의 수업을 가졌지만 그때마다 보이는 새로운 학생들로 강좌소개 및 일정설명만 하다 2주를 보냈다.

이는 A양과 B교수의 일만이 아니다. 지난 2주간 우리학교 학생 및 교수들이 겪었던 상황이다. 수강신청 정정일이 개강연기일과 동일하게 이틀 연기됐어야 했지만 하루 더 미뤄지면서 생긴 문제였다. 정정일을 10일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 교무팀 직원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며 “어차피 주말엔 못하기 때문에 편의상 월요일부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상의 편의’라는 이유가 2주간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불편함을 안긴 것이다. 그러나 교무팀은 종강일을 학사일정에 정해진 대로 12월 21일에 한다고 밝혔다. 정정기간이 미뤄지면서 부족해진 강의시간에 대한 보충강의는 교수재량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학사일정을 미루게 될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보충강의는 주로 토요일 및 공휴일에 이뤄져 교수와 학생 모두 원치 않는 것이다. 하지 못한 강의로 인해 받는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다.

특히, 수요일 하루만 진행되는 수업의 경우 그 피해는 더 심하다. 추석연휴와 개천절로 2주 동안 쉬기 때문이다. 지난 수요일까지 정정기간이 이뤄지면서 정상수업을 받는 날은 더욱 줄어들게 됐다.

대학행정은 기업경영과의 차이가 있다. ‘학사행정의 편의를 위한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희생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 희생당하는 학생이 소수일지라도 그러하다. 교육은 대학의 존재이유이다. 교육의 대상인 학생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학사행정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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