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종에서 금조옥조로 여기는 ‘육조단경’은 개창자 혜능선사의 득법과 전법과정을 매우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무식한 나무꾼 출신인 혜능(慧能)은 홍인대사 문하로 들어가 수행한 끝에 수제자 신수(神秀)와의 벽상시(壁上詩)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둔다.

그는 홍인대사로부터 전법의 표지로 의발을 전해 받고 당당하게 선종의 제6대 조사가 된다. 하지만 속된 무리들이 질투하자 그는 의발을 가지고 피신길에 오른다. 사람들은 혜능이 도망간 것을 알고 의발(衣鉢)을 빼앗기 위해 추격에 나선다. 대유령이라는 고개에 이르렀을 때 혜능은 추격자 혜명과 조우한다.

그는 의발을 바위 위에 올려놓고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전법의 믿음을 표시하는 것, 힘으로 다툴 일이 아니다.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라’
그러나 발우가 꼼짝하지 않자 추격자 혜명은 머리를 숙이고 가르침을 청한다. 이 때 혜능은 저 유명한 명언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不思善 不思惡)'는 가르침을 내린다. 좋고 나쁜 것에 집착하지 말고 진리의 본성을 탐구하는 데 충실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 혜능을 쫓던 혜명의 경우처럼 외재적인 것에만 모든 가치를 부여하려고 한다. 내면적 마음의 변화를 통한 진정한 깨달음에 도달하기 보다는 겉모습에만 집착한다. 실력보다는 학벌, 능력보다는 외모, 내용보다는 상표에 과도한 의미를 둔다. 이런 행태는 요즘 사람들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하는 이른바 명품을 통해 극명하게 표출된다.

사람들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가방을 들고, 신발을 신어야 폼이 난다고 생각한다. 마치 의발을 손에 넣어야 도를 깨칠 수 있다고 생각한 추격자 혜명과 같은 발상이다. 정말 그런가? ‘명품’만 가치가 있고, ‘길표’는 무가치한 것인가? 비싼 것이 좋다고 한들 신발을 머리에 이고 다닐 수는 없다. 가방은 가방이고 신발은 신발일 뿐이다.

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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